어느 낯선 동네에서 만난
붉은 장미꽃담
5월의 꽃
박노해
봄부터 숨 가빳다
피고 지고 피고 지고
문득 5월이 고요하다
진달래도 목련도 벚꽃도
뚝뚝 무너져 내리고
새 꽃은 피어날 기미도 없는
오월의 침묵, 오월의 단절
저기 오신다
아찔한 몸 향기 바람에 날리며
오월은 초록 대지에
붉은 가슴으로 걸어오시는 이
장미꽃이 피어난다
그대 꽃불로 피어나려고
숨가쁘게 피던 꽃들은 문득 숨을 죽이고
대지는 초록으로 기립하며 침묵했나 보다
피와 눈물과 푸른 가시로
오월, 붉은 장미꽃이 걸어오신다.
시인은
붉은 장미가 피기까지
오월의 침묵이라 했지만
동네 산책길을 걸을 때마다
여기저기 눈에 띄는 꽃들이
심심치 않게 피어 있어 산책길이 즐겁다.
'자주달개비'
'붓꽃'
'노란꽃창포'
'때죽나무'
'산딸나무'
'패랭이꽃'
'불두화'
'찔레꽃'
'봄망초'
'이끼'
그리고
여름을 부르는 푸른 숲
몇 해 전
어느 전시회에서 본 작품이 생각나서
오월
붉은 장미가 걸어오셨는데
유월은
어떤 꽃이 뛰어올까
설레는 마음으로 카메라 렌즈를 닦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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