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시

단풍과 시

오돌 2022. 11. 7. 23:32

첫 단풍

           남정림

 

나무도 옷을 벗어야 할

때가 다가오나 보다

 

저렇게 많은 색색의 단추를

풀고 있는 걸 보니

 

 

단풍 드는 날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 下 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가을 단풍

            오보영

 

더 이상

속 깊숙이 감춰둘 수 없어서

 

더 이상

혼자서만 간직할 수 없어서

 

세상 향해 고운 빛깔

뿜어내었다

 

반겨주는 이들 위해

활짝 웃었다

 

갈바람에 시린 가슴

달래주려고

 

파란 하늘 병풍에다

수를 놓았다

 

 

단풍

     나태주

 

숲속이 다, 환해졌다

죽어가는 목숨들이

밝혀놓은 등불

멀어지는 소리들의 뒤통수

내 마음도 많이, 성글어졌다

빛이여 들어와

조금만 놀다 가거라

바람이여 잠시 살랑살랑

머물다 가시라

 

 

단풍과 낙옆

                박태강

 

아파트 마당

끝자락

바람막이 나무

노란색으로

변하는 것 같더니

 

밤을 지새고

아침에 보니

빨강색 단풍으로 되었네

 

건너편 은행나무도

참지 못하고

노오랗게 변하여

 

오는이 가는이 눈길 끌더니

 

지난 찬바람에

벌거숭이 되어

앙상한 가지만 남고

 

떨어진

단풍잎

낙엽되어 뒹구니

 

가는이 오는이 눈길 돌리네

 

 

단풍

        박태강

 

그 당당하던

푸르름은 어디에 가고

 

무안을 당했느냐

꾸중을 들었느냐

얼굴이 빨개져서 보기 좋구나

 

빨개져도 놓지마라

손까지 놓으면

땅에 떨어지고

 

땅에 떨어져 뒹굴면

낙엽되느니

 

 

가을 밤하늘의 단풍

                            김영근

 

가을에는 밤하늘에도 단풍이 듭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수많은 별들은

 

우주의 나무에 열린

곱게 물든 단풍잎들입니다.

 

달에도 단풍이 들면

어둠은 하나의 숲이 되어

우리들의 감성을 일깨워줍니다.

 

그래서 밤하늘의 단풍을 구경하느라

가을에는 밤새 귀뚜라미들이

 

잠을 자지 않고

감탄사를 연발한답니다.

 

 

단풍들의 합창

                    허동인

 

얘들아

울긋불긋

노래하는

저 단풍들을 좀 보아라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어도

한데 어울리니

합창이 되고 마는구나

 

이젠

흙으로 돌아가도 좋다며

하늘에도 감사

바람에게도 감사

 

그동안 베풀어 준

모든 이들의 은혜

노래로써 보답한다며

 

색깔로써 드러내는

저 단풍들의

사부 합창

오부 합창을

 

얘들아

귀는 두고 눈으로만 보아라

 

 

11월의 선물

               윤보영

 

사람과 사람사이에

정이 흐르는 11월입니다

 

가을이 봄과 여름을 데리고

우리 곁을 지나가고 있다고

겨울을 데리고

12월이 가까이 있다고

 

올해도

또 가지 끝에 남아있다

떨어진 나뭇잎처럼

의미없이 지나가게 될 11월

 

홀로선 나무줄기에는

이미 봄이 오고 있고

 

씨앗을 품고 있는 대지도

새싹 튀울 꿈에 젖어 있는

 

그대와 나

그리고

우리 안에도

따뜻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예쁜 단풍의 계절

가을이 간다

 

여름이 갈 때는

아쉽다 안했는데

 

가을이 가는 것은

왜 아쉽다할까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고

크리스마스도 오는데

 

아마도

첫 눈이 오기 전에는

사진 찍을 일이 없어서

 

예쁜 가을이 가는 것이

아쉽다 하는가보다.  -오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