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법정 잠언집 중에서-

오돌 2011. 12. 20. 05:38

* 내 자신이 부끄러울 때

 

내 자신이 몹시 초라하고

부끄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있는

사람 앞에 섰을 때는 결코 아니다.

나보다 훨씬 적게 가졌어도

그 단순과 간소함 속에서

삶의 기쁨과 순수성을 잃지 않는

사람 앞에 섰을 때이다.

그때 내 자신이 몹시 초라하고 가난하게 되돌아보인다.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있는

사람 앞에 섰을 때

나는 기가 죽지 않는다.

내가 기가 죽을 때는,

내 자신이 가난함을 느낄 때는,

나보다 훨씬 적게 갖고 있으면서도

그 단순과 간소함 속에서

여전히 당당함을 잃지 않는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이다.   

  

 

* 少欲知足

 

작은 것과 적은 것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가 누리는 행복은 크고 많은 것에서보다

작은 것과 적은 것 속에 있다.

크고 많은 것만을 원하면 그 욕망을 채울 길이 없다.

작은 것과 적은 것 속에

삶의 향기인 아름다움과 고마움이 스며 있다.

 

* 水流花開

 

사람은 어떤 묵은 데 갇혀 있으면 안 된다.

꽃처럼 늘 새롭게 피어날 수 있어야 한다.

 

살아 있는 꽃이라면

어제 핀 꽃과 오늘 핀 꽃은 다르다.

 

새로운 향기와

새로운 빛을 발산하기 때문이다.

 

일단 어딘가에 집착해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안주하면

 

그 웅덩이에 갇히고 만다.

그러면 마치 고여 있는 물처럼 썩기 마련이다.

 

 

* 산

 

산을 건성으로 바라보고 있으면

산은 그저 산일 뿐이다.

 

그러나 마음을 활짝 열고

산을 진정으로 바라보면

우리 자신도 문득 산이 된다.

 

내가 정신없이 분주하게 살 때에는 

저만치서 산이 나를 보고 있지만

 

내 마음이 그윽하고 한가할 때는

내가 산을 바라본다. 

 

 

* 중심에서 사는 사람

 

거죽은 언젠가 늙고 허물어진다.

그러나 중심은 늘 새롭다.

 

영혼에는 나이가 없다.

영혼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그런 빛이다.

 

어떻게 늙는가가 중요하다.

자기 인생을 어떻게 보내는가가 중요하다.

거죽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중심은 늘 새롭다.

 

거죽에서 살지 않고

중심에서 사는 사람은 어떤 세월 속에서도

시들거나 허물어지지 않는다.

 

 

* 뒷모습

 

늘 가까이 있어도

눈 속의 눈으로 보이는,

눈을 감을 수록 더욱 뚜렷이 나타나는 모습이

뒷모습이다.

이 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

그리고 이 뒷모습을 볼 줄 아는

눈을 길러야 한다.

앞모습은 허상이고

뒷모습이야말로 실상이기 때문이다.

 

 

* 산에 오르면

 

산에 오르면

사람들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무의미한 말의 장난에서 벗어나

입 다물고 자연의 일부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밖으로만 향했던 눈과 귀와 생각을

 

그저 열린 마음으로 무심히

둘레를 바라보면서 쉬어야 한다.

 

복잡한 생각은 내려놓고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의 숨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인간의 언어로 인해서

지금까지 우리가 얼마나 눈멀어 왔고 귀먹어 왔는지

냉정하게 되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남의 얼굴만을 쳐다보다가

자신의 얼굴을 까맣게 잊어버리지 않았는지

돌이켜 보아야 한다.

 

남의 말에 팔리지 말고

자기 눈으로 보고 자신의 귀로 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삶을 이룰 수 없다.

 

자연은 때 묻고 지친 사람들을 밝혀 주고

쉬도록 받아들인다.

우리는 그 품안에 가까이 다가가

안기기만 하면 된다.

 

 

* 직선과 곡선

 

사람의 손이 빚어낸 문명은 직선이다.

그러나 본래 자연은 곡선이다.

인생의 길고 곡선이다.

끝이 빤히 내다보인다면 무슨 살맛이 나겠는가.

모르기 때문에 살맛이 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곡선의 묘미이다.

 

직선은 조급, 냉혹, 비정함이 특징이지만

곡선은 여유, 인정, 운치가 속성이다.

 

주어진 상황 안에서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

그것 역시 곡선의 묘미이다.

 

때로는 천천히 돌아가기도 하고 어정거리고

길 잃고 헤매면서

목적이 아니라 과정을 충실히 깨닫고 사는

삶의 기술이 필요하다.

 

 

* 소유로부터의 자유

 

사랑은

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풋풋해지고

더 자비스러워지고

상대방이 좋아할 게 무엇인가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소유하려고 하기 때문에 고통이 따른다.

 

누구나 자기 집에

도자기 한두 점 놓아두고 싶고

좋은 그림 걸어 두고 싶어하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면

거기 그림이 있는지도 잊어버린다.

 

소유란 그런 것이다.

손안에 넣는 순간

흥미가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단지 바라보는 것은

아무 부담없이 보면서

오래도록 즐길 수 있다.

 

소유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사랑도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 빈 방에 홀로

 

빈 방에 홀로 앉아 있으면

모든 것이 넉넉하고 충만하다.

 

텅 비어 있기 때문에

가득 찼을 때보다도

오히려

더 충만하다.

 

 

* 하루 한 생각

 

1.

나의 인생은 그 누구도 아닌 내 자신의 연소.

때문에 모방과 추종을 떠나 내 나름의 삶을 이루어야 한다.

 

흐린 곳에 살면서도 물들지 않고

항상 둘레를 환히 비추는 연꽃처럼.

 

2.

여행길에 오르면 자기 영혼의 무게를 느낀다.

무슨 일을 어떻게 하며 살아왔는지,

자신의 속얼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여행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자기 정리의 엄숙한 도정이요,

생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이다.

그리고 이 세상을 하직하는 연습이기도 하다.

 

3.

가끔은 자기가 살던 집을 떠나볼 일이다.

자신의 삶을 마치고 떠나간 후의

그 빈자리가 어떤 것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예행연습을 통해

하찮은 일상의 집착에서 얼마쯤은 벗어나게 될 것이다.

 

5.

홀로 여행자가 되면

투명하고 순수해진다.

낯선 환경에 놓여 있을 때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눈을 뜬다.

자기 모습이 뚜렷이 드러난다.

 

개체가 된다는 것은 곧

자유로워지는 것.

그리고 온전한 휴식을 누릴 수 있다.

 

12.

가치 있는 삶이란 욕망을 채우는 삶이 아니라

의미를 채우는 삶이다.

내게 허락된 인생이, 내 삶의 잔고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스스로 확인하는 삶이다.

 

14.

투명한 사람끼리는 말이 없어도 즐겁다.

소리를 입 밖에 내지 않을 뿐

무수한 말이 침묵 속에서 오간다.

말수가 적은 사람들의 말은

무게를 가지고 우리 영혼 안에 자리를 잡는다.

그래서 오래오래 울린다.

 

16

자기 자신답게 살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이다.

 

19.

침묵과 고요와 몰입을 통해서

마음속에 뿌리내려 있는

가장 곱고 향기로운

연꽃이 피어난다.

 

24.

순간순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어야

살아 있는 사람이다.

낡은 것으로부터

묵은 것으로부터

비본질적인 것으로 부터

거듭거듭 털고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

 

27.

지혜로운 사람은

움켜쥐기보다는 쓰다듬기를,

곧장 달려가기보다는 구불구불 돌아가기를 좋아한다.

문명은 직선이고 자연은 곡선이다.

곡선에는 조화와 균형, 삶의 비밀이 담겨 있다.

이것을 익히는 것이 삶의 기술이다.

시간을 즐기는 사람은

영혼의 밭을 가는 사람이다.

 

33.

나의 취미는 끝없는,

끝없는 인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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