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시 54

창릉천 꽃길 따라 강매석교까지...

아침부터 화창했던 토요일코스모스꽃밭을 걸으며 찍은 사진들 잔뜩 흐린 날의 일요일에김후란 시인의 시를 읽다가어제 찍은 사진을 떠올렸습니다.... 새벽, 창을 열다                        김후란 어둑 새벽 창을 열다쏘는 듯 신선한 바람부드러운 햇살깨끗한 눈뜨임에 감사하며오늘도 하루가 시작된다 고요함 속으로 걸어오는발자국 소리존재하지 않는 소리가태어나고힘 있게 일어서는 생명의 빛 길 없는 길 열어 가는새 떼처럼나도 이 아침 날개를 펴다 도전과 극복이다큰 세계가 있다미래의 만남을 향하여날자 크게 날자  존재의 빛                 김후란 새벽 별을 지켜본다 사람들아서로 기댈 어깨가 그립구나 적막한 이 시간깨끗한 돌계단 틈에어쩌다 작은 풀꽃놀라움이듯 하나의 목숨존재의 빛모든 생명의 몸..

사진과 시 2024.10.27

연꽃의 노래

지난 5월 서삼능 가는 길에우연히 알게된 연못 '보경지( 寶慶池)'에연꽃이 피었습니다.   연꽃의 노래                   정연복 나 하나 맑아서온 연못이 맑다 나 하나 밝아서온 세상이 밝다 내 몸은 작지만내 빛은 작지 않다   연꽃          이외수 흐린 세상을 욕하지 마라진흙탕에 온 가슴을적시면서대낮에도 밝아있는 저 등불 하나  연꽃 구경              정호승 연꽃이 피면달도 별도 새도 연꽃 구경을 왔다가그만 자기들도 연꽃이 되어활짝 피어나는데유독 연꽃 구경을 온 사람들만이연꽃이 되지 못하고비빔밥을 먹거나 담배를 피우거나받아야 할 돈 생각을 한다. 연꽃처럼 살아보자고아무리 사는 게 더럽더라도연꽃 같은 마음으로 살아보자고죽고 사는 게 연꽃 같은 것이라고해마다 벼르고 별러부지런..

사진과 시 2024.07.13

해바라기 피는 마을

해바라기 피는 마을                                    이성교 아무도 오지 않는 마을에해바라기 핀다갇혀있는 사람의 마음에도노오란 햇살이 퍼져온 천지가 눈부시다 지난 여름그 어둠 속에서열리던 빛눈물이 비친다 이제 아무 푯대 없이휘청휘청 해서는 안된다바울처럼 긴 날을 걸어서까만 씨를 심어야 한다해바라기 피는 마을에  해바리기 꽃                    이준관 벌을 위해서꿀로 꽉 채웠다 가을을 위해서씨앗으로 꽉 채웠다 외로운 아이를 위해서보고 싶은 친구 얼굴로꽉 채웠다.해바라기 꽃참크으다.  해바라기 얼굴                      윤동주 누나의 얼굴은해바라기 얼굴해가 금방 뜨자일터에 간다. 해바라기 얼굴은누나의 얼굴얼굴이 숙어들어집으로 온다  해바라기 피는 마..

사진과 시 2024.07.10

유월을 보내며...

일년의 절반이 지났다.누구나 이때즈음이면벌써?별로 한 일도 없는데.... 본래 할 일이 없는 백수인 나는더욱 그렇다!그래도 하루 하루가 감사하다.그래서 시 한 수 읽으며유월을 보낸다.  '여름이 오는 길목에서'                                   靑松 홍성길 이미 여름은우리 곁에 와 있는데이제야 봄날이 간단다. 황량했던 대지에하얀 눈 수북했던 앞개울 산마루뒷 산마루에도무성한 생명들을 낳아 길러놓고이제야 봄날이 간단다. 연약한 봄바람이따사로운 봄햇살이산천초목 머리 위 하늘끝까지노랗고 하얗고진분홍의 붉은 물결청초록의 푸른 물결생기의 불 질러놓고 간단다. 이제서야 담장 너머엔정열의 여인얼굴장미꽃 엷은 가시촉 세우며활짝 피려 하는데봄날은 뒤돌아 간단다. 겨울 내내 품고있던 생명의 씨앗산..

사진과 시 2024.07.01

싱그러운 아침을 여는 "청매화"

청매화(靑梅花)푸른 빛 꽃받침 위에순백의 꽃잎이 겹겹이 피었다. 분홍빛을 띄는 매화와 달리청매화를 보는 눈이 싱그럽다. 청매화(靑梅花)가까이 가면박하사탕을 머금은듯코 끝에 향이 입 안까지 번져상큼한 껌을 씹는 착각에 빠진다.  호조일성(好鳥一聲)                        신석정 갓 핀청매성근 가지일렁이는향기에도자칫혈압(血壓)이오른다. 어디서찾아든볼이 하이얀멧새그 목청 서럽도록고아라. 봄 오자산자락흔들리는아지랑이,아지랑이 속에청매에멧새 오가듯살고 싶어라.

사진과 시 2023.03.28

양주 회암사지에서....

창건시기는 명확하지 않지만기록을 통해 12세기 고려시대부터 존재하였음을 알 수 있으며,태조 이성계가 자주 행차하였고,상왕으로 물러난 이후에는회암사에 왕실을 짓고 머무르기도 했던조선전기 최대의 왕실사찰"회암사"창건시기가 명확하지 않은 것처럼페사시기도 명확하지 않으나16세기 말에 폐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니아무도 찾지 않는 폐사지로 400여년을 보냈으니그 쓸쓸함을 어디에 비할 것인가 다행히도 양주시에서 1997년 시굴조사를 시작으로2019년 13차 발굴조사까지 20년이 넘는 조사연구와 정비작업을 통해현재의 모습을 선보이게 되니 그리 많은 사람들은 아니지만아직 볼에 스치는 바람이 차가운 날씨에도적지않은 사람들이 폐사지 이곳저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400백년 폐사지 "회암사"가 기지개를 켜며 깨어나는 느낌이..

사진과 시 2023.03.02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를 가라

선암사 정호승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를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 . 선암사 해우소. 선암사 등굽은 소나무. 나무에 대하여 정호승 나는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가 더 아름답다 곧은 나무의 그림자보다 굽은 나무의 그림자가 더 사랑스럽다 함박눈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많이 쌓인다 그늘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그늘져 잠들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와 잠이든다 새들도 곧은 나뭇가지보다 굽은 나뭇가지에 더 많이 날..

사진과 시 2023.02.07

새해에는, 친구야

새해에는, 친구야 -이해인- 웃음소리가 해를 닮은 나의 친구야 밝아오는 새해에는 우리 더 많이 웃자 해 아래 사는 기쁨을 날마다 새롭게 노래하자 눈이 맑은 나의 친구야 다시 오는 새해에는 우리 더 많이 착해지자 푸른 풀밭 위의 하얀 양들처럼 선하고 온유한 눈빛으로 더 많은 이들을 돕고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하자 갈수록 할 일이 많고 걱정도 많아 때로는 울고 싶은 친구야 달려오는 새해에는 우리 좀 더 씩씩해지자 힘차게 항해하는 바다 위의 배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희망의 사람이 되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떠날 줄 아는 한 척의 배가 되자 언제나 그립고 보고 싶은 내 사랑하는 친구야 새로운 365일이 시작됐습니다. 지난 해에는 감사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불꽃처럼 멋지게 살아봅시다. 올 한 해 부..

사진과 시 2023.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