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 128

첫눈 내린 행복한 날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그 얼마나 축복인가?" -정호승 시인의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중에서- 며칠 전에 옆지기와 동네를 걸으며 했던 말'빨간 단풍과 빨간 산수유가 시들기 전에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여니첫눈이 내렸다.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시인의 말처럼첫눈을 기다렸던 우리 부부눈길을 걸을 수 있는 축복을 누리러 나간다. 아파트 공동 현관을 나서면서첫 만남이 화려하다..

자이 2024.11.28

가을의 길목에서

가을의 길목에서가을을 맞이하고가을을 즐기다가이제는 보내주려합니다. 자욱한 아침 안개와 함께찾아오는 가을 아침 햇살에 눈부시고 청명한 가을 하늘  황홀한 저녁 노을 그렇게 지나가는 날들 속에서봄에 피었던 꽃들은열매로 변신해서저마다의 이름을 갖게된다.  산수유 가막살나무 일본매자나무 마가목 남천나무 아그배나무 맥문동 가을 열매로 포식을 했는지배가 불룩한 참새날아갈 생각이 없다.  처음 보는 꽃'나비사랑초' 맨드라미 수크렁 떨어진 낙엽  단풍나무 아래서  쪼매 오래된 동심 1. 쪼매 오래된 동심 2. 쪼매 오래된 동심 3.      물 속으로 가을이 내려앉고老松의 허리가 낮아지는 가을날입니다. 가을 엽서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낮은 곳으로자꾸 내려앉습니다세상에 나누어줄 것이많다..

자이 2024.11.21

지루한 장마로 기억되는 7월을 보내며

7월 한 달 내내 맑은 날의 기억이 없다.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외출시에는 우산을 챙기라는안전안내문자 시작되는 날들의 연속이다. 그래도 잠시 비가 그친 틈을 타서동네 산책에 나서면 비를 흠뻑 맞고 피어 있는 꽃들이 반갑고파리올림픽에 나선 태극 전사들의 메달 소식은모든 것을 덮고도 남는 7월이었다. 그런데 왜?프랑스는 밤 늦게 경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ㅎ...비 구름이 몰려오고 낮부터 내린 비는 밤이 되니 천둥번개까지  그래도소낙비 지나간 공원에평온함이 깃들고 풀숲에 꽃들은 꿋하게 피어난다. 아하!누가 그렇게비 내리는 날에우리들의 친구이자 정신적인 지주는저 부는 바람 속으로 아침이슬처럼 사라지고종이연처럼 날아가버린그 날이 있었다. 그래도아침 해는 솟아오르고 파리에서 보내오는 태극전사들의 소식에살아갈 힘을..

자이 2024.08.01

자귀나무꽃을 바라보며

부채살 같기도 하고공작의 깃털을 연상 시키는'자귀꽃'이 피었다. 자귀꽃이 피면 장마가 시작된다는데연일 날씨가 뜨겁기만 하다. 자귀나무는 마주 보는 잎들이밤이 되면 서로 달라 븥어금실 좋은 부부 같다고 하여'합환수'라 부르며 옛날에는신혼 부부의 방 앞에 심었다고.... 사실은 마주나기한 잎들이밤이 되면 서로 붙는 이유는가뭄에 대비해 수분증발을 줄이기 위함이란다. -모야모 꽃이야기 중에서- 자귀나무꽃 이름을 처음 알았을 때'자귀야 알랴마는' 다정가의 한 구절를 떠올렸다.  多情歌                      이조년  李花月白三更天(이화월백삼경천 ; 이화에 월백하고) 啼血聲聲怨杜鵑(제혈성성원두견 : 일지춘심을 자귀야 알랴마는) 儘覺多情原是病(진각다정원시병 : 다정도 병인양 하여)不關人事不成眠(불관인사..

자이 2024.06.27

현명한 사람은 정원으로 간다.

몇 일째 계속되는 더운 날씨창밖에는 더운 날씨를 식혀주는 비가 내린다. 우편함에서 꺼내 온 잡지를 펼쳤다. "어리석은 사람은 서두르고,영리한 사람은 기다리지만,현명한 사람은 정원으로 간다."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현명한 사람은 정원으로 간다'비가 그쳤다.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카메라를 들고 나간다....산과 들로 뛰어 놀던 어린 시절어쩌다 보리수나무를 발견하면너나없이 달려들어 따 먹던 새콤달콤한 보리수기억 속에는 분명 가을이었는데언제부턴가 봄날에 빨간 보리수 열매가 보인다. 그렇다어린시절에 산에서 따 먹던 보리수는 산에서 자라는 야생의 보리수이고요즈음 봄날에 빨갛게 익은 보리수는 일본이 원산지인 '뜰보리수'란다. 빗물에 씻겨진 빨간 보리수입 속에서 침이 고이지만카메라에 양보한다. 뜰보리수의 꽃말은'..

자이 2024.06.11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

신록의 계절 봄이 가고녹음의 계절 여름이 온다.봄과 여름의 교대식인가눈이 부시게 하늘이 파랗다. 파란 하늘은 밖으로 나오라 하고뜨거운 태양은 그늘을 찾으라 한다. 綠陰芳草勝花時(녹음방초승화시)잎이 푸르게 우거진 숲과 향기로운 풀들이 아름다운 꽃들을 이긴다는 시절이다. 무엇을 망설일까?자신 있게 나서 동네 산책을 한다.... 흔들 그네에 앉아 하늘을 본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기분이 상쾌하다. 자줏빛 클레마티스 녹음 속에서빼꼼히 얼굴을 내민다. 미국 산딸나무 샛노란 큰금계국이 황금처럼 빛난다. 분수의 계절이 왔다.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좋다. 바람이 보인다. 측백나무 멀리 보이던 북한산이가까이 다가왔다. 5월이 간다.

자이 2024.06.06

참 아름다운 봄날

뒷동산 매화 꽃망울을 보며 기다리던 봄날이 간다. 자고 일어나면 하루가 다르게 피어나는 꽃들을 시샘하는 듯 여름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산책길에 나설때면 그림자처럼 어깨에 매달린 카메라 연못에 물고기를 방생하는 마음으로 카메라에 담긴 풍경을 풀어본다. . . . 동네 산책길에서 '만첩개벚꽃' 고들빼기 아그배나무 연산홍 왕보리수 겹홍매 둥글레 붓꽃 매발톱꽃 마가목 왕고사리 모과꽃 호수공원에서 하늘매발톱꽃 아를골드 디기탈리스 델피늄 장미원에서 작약 수국 노랑꽃창포 꽃양귀비 엉겅퀴 왜가리와 백로 그냥 앉아만 있어도 좋은 봄날 옆지기와 함께 호숫가 벤치에 앉아 물안개분수보며 스페셜 DJ 박인희가 낭송하는 이혜인수녀의 시를 듣고 있는 이 시간 지상 천국이 여기인가 하노라. 아름다운 봄날은 좀 더 머물다 가고 그..

자이 2024.05.25

벚꽃이 떨어지면....

동네 산책길을 환한 꽃터널로 만들어주던 벚꽃이 떨어지면 차례를 기다렸다는 듯이 또 다른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조팝나무, 연산홍, 라일락... . . . 이젠 안녕 내년에 또 만나.. 나도 내년에 만나.... 이젠 내 차례 나는 조팝나무. 꽃핀 모양이 튀긴 좁쌀을 붙여놓은 것 같다나 뭐라나 ㅎ 아래를 보면 연산홍이 피고 하늘을 보면 라일락(수수꽃다리)이 피어 있다. 뒷동산에는 개복숭아꽃 화려한 꽃들의 계절에 계수나무 초록잎 조신하게 하늘을 덮어가는 사월의 봄날이다.

자이 2024.04.15

목련꽃 사진전

목련꽃 겨우내 꽃봉우리를 감싸고 있던 두꺼운 껍질을 떨쳐내고 하얀 꽃을 피워냈다. 목련꽃을 보면 왠지 목련꽃 그늘 아래에서 시 한 편 읽어야만 할 것 같은데 현실은 시집 대신 카메라 들고 나간다. 목련꽃 그늘 아래에서 읽지 못한 시 한 편 읽고 목련꽃 사진을 올려본다. 4월의 노래 박목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을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하..

자이 2024.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