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하인리히 하이네

오돌 2016. 4. 27. 14:04

-신들의 황혼 중에서-


오월이 찾아왔다. 황금빛 햇살을 뿌리며

비단 같은 대기와 맛깔스런 향기와 함께,

오월은 하얀 꽃잎들로 다정하게 유혹하며,

수천의 파란 제비꽃 눈동자로 인사하고,

꽃들 만발한 푸른 양탄자를 깔아놓고서,

거기에 햇살과 아침 이슬을 짜녛고는,

사랑스런 인간들을 어서 오라 부른다.

멍청한 인간들은 그 첫 외침을 따른다.

남자들은 무명 바지에 반짝이는

단추가 달린 나들이옷을 입고 나선다;

여자들은 새하얀 옷을 입은 차림이다.

소녀들의 턱에는 솜털 수염이 어른대고,

처녀들은 가슴을 한껏 부풀어올린다.

도시의 시인들은 주머니에 종이와 연필과

자구 달린 안경을 챙기고, 환호성을 지르며

사람들은 마구 뒤엉켜 성문을 향해 가서는

들판의 푸른 잔디밭에 자리를 잡는다,

무럭무럭 자라는 나무들을 보고 놀라워하며,

다채로운 색깔의 귀여운 꽃들과 놀면서

흥에 겨운 새들의 노랫소리에 귀기울이고,

새파란 하늘을 향해 환성을 울린다.

.


.



-목동-


목동은 왕

푸른 언덕은 그의 왕좌

그의 머리 위의 태양은

커다란 황금 왕관이라네.


그의 발 밑에 있는 양들은

붉은 십자가의 햐얀 아첨꾼들;

송아지들은 기사들,

뻐기면서 거니네.


염소떼는 궁전 배우들;

새들과 암소들은

피리와 종으로

실내악을 연주하네.


사랑스런 연주와 노랫소리,

폭포와 전나무들도 덩달아서

사랑스런 소리로 속삭이네,

왕은 꾸벅꾸벅 잠이 드네.


그 동안 장관인 개가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네,

투덜대듯 짖어대는 소리가

사방에 메아리치네.


젊은 왕은 잠꼬대를 중얼거리네:

"나라 다스리는 일은 너무 힘들어;

아, 나 왕궁의 내 왕비 곁에

있었으면 좋겠네!


왕비의 품 속에 내 머리를

살포시 눕히면,

그녀의 아름다운 눈 속에

나의 무한한 왕국이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