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

새들의 옹달샘

오돌 2021. 4. 14. 13:12

봄비 그치고 풋풋한 생기 가득찬 정원

인기척에 놀란 새들이 떼로 날아오른다

나 때문이다.

괜스레 미안해지는 순간 숨을 멈추고

조심스레 카메라를 꺼냈다.

하늘 위로 날아오른 새들

눈앞의 정원석에 삼삼오오 내려 앉는다.

올타구나 이때다 싶어

셔터를 누르고 또 눌렀다.

.

.

.

한 놈은 경계를 서고

여섯 놈은 물을 마신다.

그렇다

그들은 목이 말랐고

정원석에 내린 봄비는

그들의 옹달샘이 되었던 것이다.

카메라 셔터 소리에 놀라 모두 날아가고

두 놈만 남았다.

그 둘은 아직 목이 말랐던거다.

사진 욕심에 새들에게 미안한 순간이다.

 

혹시나 하고 멀리서 기다렸지만

놀라서 날아오른 새들은 돌아오지 않았고

저녁 햇살 가득한 꽃들만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늘진 곳에서는

처음 만나는 꽃

"자엽자두꽃"과

떨어지지 않겠다고 버티는

의지의 벚꽃이 매달려 있었다.

만첩홍매는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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