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

순백의 제주 교래자연휴양림 야영장의 설경

오돌 2018. 1. 14. 21:32

오늘은

제주를 떠나는 날

"옛 말에 병주고 약준다"는 말처럼

나흘간의 혹한과 강풍에 시달린 몸을 달래려는 듯

바람은 언제 불었냐고 시치미를 뚝 떼고

영하의 날씨도 따뜻한 봄날로 바뀌었다.


.


지난 날의 성난 파도는 잊어버리고





모든 회원들의 애를 태우던 비행기도 자주 보이고



아침마다 습관적으로 확인하던 날씨도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졌다.


화려한 호텔에서의 4박 5일은

꿈같이 지나가고


어제와 그제 강풍과 함께 내린 많은 눈은

한라산을 순백의 세상으로 바꾸어 놓고

날 오라 손짓하니 그냥 갈 수 없어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발걸음 가벼웁게

제주시외버스터미널로 간다.

"1100고지"

표 달라고 주문하는 데

"1100고지" 가는 버스는 아직 통제란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선택한

"교래자연휴양림"

버스에서 내리니 바로 눈에 들어오는 단어


"교래자연휴양림 야영장"


눈 앞에 펼쳐진

순백의 세상


흑백으로 보아도

순백의 세상

태초의 눈내린 날이 이랬을까?


인간의 출입을 거부하고


동물들의 흔적이 전부인 세상에


달나라에 첫 발을 내딛 던

암스트롱의 심정으로

조심스레 첫 발을 디뎌봅니다.


무릎 가까이 눈이 쌓였습니다.



하얀 눈의 지붕

은근한 곡선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처마끝에 흘러내린 눈




아래에서 보면

아이스크림이 흘러내는 것 처럼

절로 입 맛을 다시게됩니다.


제주의 눈은

가지 위에 찰떡처럼 얹혀 있습니다.













일찍이 서산대사님께서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불수호난행(不須湖亂行)

금일아행적(今日我行跡)

수작후인정"(遂作後人桯) 이라 했는데

동물의 흔적을 따라 간 오돌의 발자욱은

왜이리 어지러운가.


반성하는 마음으로

쎌카를....



칼라로 한 번 더.


야영장을 나와

휴양림으로 가는 중

아뿔싸!

순백에 홀려 정신 없이 셔터를 누르다보니

장갑이 한 쪽 뿐이다.

어디에 떨어뜨렸을까?

걱정할 일은 아니다.

발자욱 따라가면 어딘가에서

찾을 수 있겠지.







유레카!

나 혼자 사는 세상에서는

물건 잃어버릴 일은 없다는

진리를 깨닫는 순간입니다.


순백의 세상을 어지럽힌 죄는

용서 받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