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시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를 가라

오돌 2023. 2. 7. 16:37

선암사

               정호승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를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

.

선암사 해우소.

선암사 등굽은 소나무.

 

나무에 대하여

                    정호승

 

나는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가 더 아름답다

곧은 나무의 그림자보다

굽은 나무의 그림자가 더 사랑스럽다

함박눈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많이 쌓인다

그늘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그늘져

잠들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와 잠이든다

새들도 곧은 나뭇가지보다

굽은 나뭇가지에 더 많이 날아와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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