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시

양주 회암사지에서....

오돌 2023. 3. 2. 10:38

창건시기는 명확하지 않지만

기록을 통해 12세기 고려시대부터 존재하였음을 알 수 있으며,

태조 이성계가 자주 행차하였고,

상왕으로 물러난 이후에는

회암사에 왕실을 짓고 머무르기도 했던

조선전기 최대의 왕실사찰

"회암사"

창건시기가 명확하지 않은 것처럼

페사시기도 명확하지 않으나

16세기 말에 폐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니

아무도 찾지 않는 폐사지로 400여년을 보냈으니

그 쓸쓸함을 어디에 비할 것인가

 

다행히도 양주시에서 1997년 시굴조사를 시작으로

2019년 13차 발굴조사까지 20년이 넘는 조사연구와 정비작업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선보이게 되니 그리 많은 사람들은 아니지만

아직 볼에 스치는 바람이 차가운 날씨에도

적지않은 사람들이 폐사지 이곳저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400백년 폐사지 "회암사"가 기지개를 켜며 깨어나는 느낌이다.

 

폐사지 끝에 홀로 우뚝 서 있는

석가모니 진신 사리탑 앞에서

폐사지 넘어 양주 신도시를 바라보며

시인 정호승님의 시 한 편을 읊어봅니다.

 

 

 

폐사지처럼 산다

                             정호승

 

요즘 어떻게 사느냐고 묻지마라

폐사지처럼 산다

 

요즘 뭐하고 사느냐고 묻지마라

폐사지의 쓰러진 탑을

일으켜 세우며 산다

 

나 아직 진리의 탑 하나 세운적 없지만

죽은 친구의 마음 사리 하나 넣어둘

부도탑 한 번

세운적 없지만

 

폐사지에 쳐박혀 나뒹구는

옥개석 한 조각

부둥켜안고 산다

 

가끔 웃으면서

라면도 끓여 먹고

바람기 풀도 뜯어 먹고

부서진 석등에 불이나 켜며 산다

 

부디 어떻게 사느냐고 다정하게 묻지마라

 

너를 용서하지못하면 내가 죽는다고

거짓말도 자꾸 진지하게 하면

진지한 거짓말이 되는 일이 너무 부끄러워

 

입도 버리고 혀도 파묻고

폐사지처럼 산다.

 

 

 Photo by  옆지기.

 

 Photo by  옆지기.

집에 오는 길에서 들른

"양주 관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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