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 먹던 힘을 다해 올라왔는데, 바로 하산하는게 아니고
소오대산에는 동대,서대,남대,북대, 그리고 중대가 있는데
동대에서 북대까지 능선을 따라 가고 거기서부터 하산 길이랍니다. ㅠㅠ
올라 온 길 되돌아 보니 아득한데
가야할 길은 안개 속에 보이지도 않고
더욱 까마득하게만 느껴집니다.
빨리 오라고?
사진은 찍고 가야지
어떻게 올라 온 정상인데...
나중 일은 나중 일이고
일단은 멋있습니다.ㅎㅎ
아래를 쳐다 보면 하얀 안개뿐
차라리 안 보이는게 덜 무섭고 좋습니다.
이 높은 초원도 꽃밭입니다.
안개속에 우뚝 솟은 바위 보이시나요?
아래를 보면 무시무시합니다.
저 아래 길 보이시죠?
안전장치라곤 눈 씻고 봐도 말뚝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모두가 앞 서 갔지만
당황하지 않고
이래뵈도 왕년엔 강원도 비무장지대 수색대원이었는데....
밝은 표정의 썰카도 빠뜨리지 않습니다.ㅎㅎ
앞에도 뒤에도 아무도 보이지 않고
이정표도 없지만
길은 외줄기 갈래길은 없습니다.
차라리 잘 됐습니다.
호흡 조절하면서 제 페이스대로......
앞에만 보면 갈만한데
고개를 들면 한 숨이 저절로....
오늘의 진리
"힘든 만큼 올라와야 아름다운 경치도 볼 수 있다."
화이팅!
짜요! 짜요!
스스로 외쳐 보지만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ㅠㅠ
머나먼 저 곳
이런 길을 수도 없이 오르락 내리락
북대를 앞에 나를 기다려 주는 팀을 만나서 잠시 휴식
배낭에서 꺼낸 쵸코파이 봉지가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습니다.
아래는 안 보여도 높은 곳 맞습니다.
이 후에는 왜 사진이 없을까요?
북대 바로 아래에서 점심 도시락을 꺼내는데 빗방울이...
도시락은 김밥과 그냥 밥 선택을 하라해서 김밥을 선택했는데
도시락 뚜껑을 여니 손가락 굴기의 김밥 정확하게 일곱 토막!
오이 한 줄, 당근 한 줄 들어갔습니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옵니다.
사진을 찍었어야했는데.....
그래도 밥으로 싼 도시락엔 밥이 가득했다는....
그리고 하산 길에 빗방울이 굵어지더니
급기야는 소낙비에 천둥 번개까지
해발 2,800미터 나무도 없는 초원지대에서...
그래도 평소 착하게 살아왔다는 생각에 그리 무섭지는 않았습니다.ㅎㅎ
그 이후 비에 젖은 비탈진 길을 내려 오면서 엉덩방아는 셀 수도 없이 넘어지고 자빠지고
그나마 스틱이 많은 의지가 되었고 안전 장비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도 하산 길이 얼마나 길었던지 흠뻑 젖은 옷이 다 마르고
흙투성이가된 등산화와 바지를 계곡 물에 빨아 입고 내려 오던 중에 또 다 말랐습니다.
다시 생각하면 아찔한 순간들이 많았지만
모두가 무사히 민박집에 도착을했으니 저마다의 무용담으로 밤이 깊어 가는줄도 모르고.....
내일부터는 고생 끝
행복 시작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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