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북한산의 불타는 단풍에 화상 입을 뻔한 날.

오돌 2020. 10. 21. 16:37

지난 봄

자주 다니던 북한산에 발길을 끊었다.

갈 때마다 봄꽃이 여기저기서 피어나 자주 오라고 유혹하고 있었지만

매미나방 애벌레의 꿈틀거리는 모습이 너무도 끔찍했고

매미나방 애벌레를 피해서 발을 딛기 조차도 어려울 정도로 많았기에

자연스레 북한산을 향한 발길은 끊기고 말았다.

그 후로 역대급 장마가 계속되었고

코로나와 늦여름 더위가 계속 기승을 부리고 있었으니

북한산 등산은 차일피일 미루다 시월 중순까지 왔다.

창을 열고 하늘을 보면 하얀 구름 두둥실 떠있고

아래를 보면 하루가 다르게 붉어지는 단풍이 눈에 보인다.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天高馬肥의 계절

가을은 독서의 계절 그리고 등산하기 딱 좋은 계절이 아니던가?

지난 어버이날에 아들이 사 준 커풀 배낭을 메고 옆지기와 함께 집을 나서니

가고 싶은 산이 너무도 많다.

양평의 용문산, 가평의 유명산 그리고 문경새재.........

여기저기 어디로 갈까 갈팡질팡 생각만하는 사이에

 자동차는 자연스레 몸이 기억하고 있는 북한산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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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예보.

미세먼지 나쁨.

이것은

미세먼지인가?

안개인가?

 

북한산 인증 샷!

지난 여름 장마 끝에 왔으면

엄청난 물이 쏟아져 내리는 풍경이 장관이었을텐데

그 물이 다 어디로 가고 등산로에 먼지만 풀풀 날림니다.

계곡 탐방길 초입 꽃밭에 벌개미취는 모두 졌는데...

붉게 물들어 가는 단풍나무가 보이기 시작하고

계곡 옆에 단풍나무가 가을 햇살에 눈이 부시고

우뚝 솟은 굴참나무를 태울 듯이 붉게 물들은 단풍

소나무와 벌집.

꿀도 없고 주인장도 없지만

자연의 폐가는 자연그대로의 멋이 있습니다.

단풍은 붉게 물들어가는 모습이 멋지고

소나무는 사철 그대로 푸르름이 멋집니다.

하늘을 가린 단풍 우산

쎌카가 빠지면 섭하죠.

햇살이 비치는 단풍터널

아들이 선물한 배낭 인증 샷.

 

내 등 뒤에도 배낭이....^^

불타는 단풍이 끝없이 이어지는 길

 

나도 단풍들었다.

 

북한산은 꼭 정상까지 올라오라고 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돌아가도 좋다고합니다.

 

개봉할 때 뚜껑에서 나는 신선한 소리를 확인하며

커피 한 잔의 여유.

지난 봄 벌레들의 습격을

생강나무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거칠은 산길에 돌판을 깔아준 손길에 고마움을 담아

사뿐히 즈려밟고 내려갑니다.

 

사철 한결같이 시원한 민머리 "노적봉".

눈이 오면 흰모자를 쓴다죠?

 

중성문 담쟁이도 말라가는 계절

 

북한산의 가을.

머지않아 겨울색으로 갈아입겠죠?

대서문의 가을 1.

대서문의 가을 2.

대서문의 가을 3.

너무도 오랜만에 찾아간 북한산

불타는 단풍에 화상 입을 뻔했습니다.ㅎㅎ

이 가을이 가기 전에 한 번, 두 번, 세번 더 자주 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