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시

유월을 보내며...

오돌 2024. 7. 1. 12:23

일년의 절반이 지났다.

누구나 이때즈음이면

벌써?

별로 한 일도 없는데....

 

본래 할 일이 없는 백수인 나는

더욱 그렇다!

그래도 하루 하루가 감사하다.

그래서 시 한 수 읽으며

유월을 보낸다.

 

 

'여름이 오는 길목에서'

                                   靑松 홍성길

 

이미 여름은

우리 곁에 와 있는데

이제야 봄날이 간단다.

 

황량했던 대지에

하얀 눈 수북했던 앞개울 산마루

뒷 산마루에도

무성한 생명들을 낳아 길러놓고

이제야 봄날이 간단다.

 

연약한 봄바람이

따사로운 봄햇살이

산천초목 머리 위 하늘끝까지

노랗고 하얗고

진분홍의 붉은 물결

청초록의 푸른 물결

생기의 불 질러놓고 간단다.

 

이제서야 담장 너머엔

정열의 여인얼굴

장미꽃 엷은 가시촉 세우며

활짝 피려 하는데

봄날은 뒤돌아 간단다.

 

겨울 내내 품고있던 생명의 씨앗

산고의 진통을 이겨내며

푸르게 푸르게 길러내고,

행복했던 추억도

아쉬웠던 기억도

모두 내려놓고

여름이 오는 길목 저편으로

그렇게 봄날이 간단다.

 

여름이 오는 길목에서

봄날이 심어 준

올 때와 갈 때를 알고

소임을 다하면 말없이  돌아가라는

삶의 의미를

가슴으로 음미한다.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밤사이 요란하게 내린 소낙비에 젖고

폭풍같은 바람에 흔들렸을 꽃들이

줄기를 곧게 세우고 활기를 찾았다.

 

'왕원추리'

 

'원추리'

 

'스텔라 원추리'

6월부터 10월까지 피고지고를 하고

꽃이 오랫동안 핀다고

'사계원추리'라고도 한다고...

 

'비비추'

 

'금불초'

 

'산수국'

 

 

'모감주나무'

 

'능소화'

 

능소화

                나태주

 

누가 봐 주거나 말거나

커다란 입술 벌리고 피었다가, 뚝

떨어지는 어여쁜

슬픔의 입술을 본다

 

그것도

비 오는 이른 아침

마디마디 또 일어서는

어리디 어린 슬픔의 누이들을 본다.

 

 

 

 

2024년의 절반이 지났다

아니 절반이 남았다.

긍정의 힘으로 활기차게 감사하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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