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

달의 뒤편에서 명자나무가 자란다는 것을 잊지마라.

오돌 2023. 4. 15. 22:00

우연히 시를 읽게 되었다.

장석주 시인의

"명자나무"

"불행을 질투할 권리를 네게 준 적 없으니

불행의 터럭 하나 건드리지마라!"

.

.

.

"달의 뒤편에서 명자나무가 자란다는 것을 잊지마라"

 

 

첫 소절에 번개가 번쩍하더니

끝 소절에는 번개가 앞 마당에 떨어진 둣

정신이 혼미하다.

 

잠시 혼돈의 시간이 지나 정신을 가다듬고

명자나무가 자라는 곳을 알고 있기에

양지바른 곳에 자리한 명자나무를 바로 찾았다.

 

벚꽃 지고나면 키 작은 나무에서 피어나는

"명자나무꽃"

명자나무

              장석주

 

불행을 질투할 권리를 네게 준 적 없으니

불행의 터럭 하나 건드리지마라!

 

불행 앞에서 비굴하지 말것. 허리를 곧추세울 것. 헤프게 울지 말 것.

울음으로 타인의 동정을 구하지 말 것. 꼭 울어야 한다면 흩날리는 진눈깨비 앞에서 울 것.

외양간이나 마른 우물로 휘몰려가는 진눈깨비를 바라보며 울 것. 비겁하게 피하지 말 것.

저녁마다 술집들을 순례하지 말 것. 모자를 쓰지 말 것. 콧수염을 기르기 말 것.

딱딱한 씨앗이나 마른 과일을 천천히 씹을 것. 다만 쐐기풀을 견디듯 외로움을 혼자 견딜 것.

 

쓸쓸히 걷는 습관을 가진 자들은 안다.

불행은 장엄 열반이다.

너도 우니? 울어라. 울음이

견딤의 한 형식이라는 것을,

달의 뒤편에서 명자나무가 자란다는 것을

잊지마라.

 

 

명자나무 붉은 꽃을 찍고나니

이 꽃 저 꽃 온갖 꽃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잔인한 사월이 아닌

아름다운 사월을 기록한다.

 

수수꽃다리

박태기나무

만첩홍매

만첩분홍매

민들레

자엽일본매자나무

새내기 "적단풍"

흰젖제비꽃

봄맞이꽃

큰개불알꽃

조팝나무꽃

타래붓꽃

자색괴불주머니

꽃사과

연산홍

봄날

동네 한바퀴

줄지어 반기는 꽃구경에

발걸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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