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말
친구들과 함께 심었던 감자
잠시 잊고 있었는데
벌써 감자 캐는 날이 되었습니다.
오늘이 6월 22일 하지날이다.
이래서 하지 감자라고 하나보다.
감자 심자하면 친구들이 멀리서 달려오고
감자 캐자하면 친구들이 멀리서 달려오니
이만하면 잘 살아온 친구 아닌가?
복 있는 친구는
하늘도 도와주는지
어제까지 30도가 넘게 더웠던 날씨가
감자 캐기 좋으라고
해는 구름 속에서 나올 생각이 없고
남쪽에는 큰 비가 내린다는데
감자밭 주변에 가지, 토마토, 오이가 반기는
보슬보슬 보슬비만 내린다.
감자 심던 날에 가시오가피
감자 캐는 날의 가시오가피
보슬비에 씻겨진 '뜰보리수'
잠시 어린시절로 돌아가
한움큼 입에 넣고
단물은 삼키고 씨앗은 뱉어낸다.
비오는 날에 타프 아래 앉아서
밭에서 캐서 바로 쪄 먹는 감자의 맛이라니...
솜씨 좋은 쉐프의 밥상까지
후식은 잘 익은 수박
양주 한 잔까지
어찌 아니 즐거우랴.
아들이 사 준 차 타고
늦게 도착한 친구
지난 1월에 시작한 정비공장이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다고 싱글벙글이다.
탐나는도다. ㅎ
타프에 떨어지는 빗소리
그냥 앉아만 있어도 좋다.
쥔장의 아들과 손주가 찾아오고
할배 친구의 넉넉한 선심에 동심이 활짝 핀다.
얼떨결에 셔터를 눌렀는데 썩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왔다.
잠시 비가 그친 시간
농촌 풍경을 찍어본다.
메꽃
엉겅퀴
명아주
솔잎
여럿이 길을 가면 멀리 가고
여럿이 일을 하면 즐겁다.
옥수수가 익으면 불러라.
능소화 곱게 핀 길을 지나고
접시꽃
한탄강 주상절리
빈 배 저어 집에 가는 느낌으로
엑셀을 지그시 밟아 집으로 간다.
감자 캐러와서 놀다 가는지
놀러와서 감자 캐다 가는지
햇갈리는 날이지만
함께 할 수 있어서
즐거웠던 날.
감사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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