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우리들의 봄날

오돌 2025. 4. 2. 08:36

꽃이 피었으니 겨울이 지나간 줄 알았는데

어제는 갑자기 눈발이 날리더니

오늘은 수은주가 한 자리 수로 시작한다.

 

7호선 인생들에게 날씨가 쌀쌀하니 

감기 걸리지 않게 옷 입고 나오라고 단단히 알렸다.

 

지하철 서울숲에서 만난 친구들

성수동에 사무실을 운영하는 친구

부리나케 달려와 점심부터 먹자고 한다.

이 동네는 오전 11시부터 점심 시간이라나 뭐라나

 

 

오랜만에 만났으니

건~~배~에!

 

사장님은 월말이라

쪼매 바쁘다고 사무실로 돌아가고

 

SM 사옥을 지나

서울숲으로....

 

흐드러지게 핀 

하얀 목련이 반겨주는

서울숲

 

 

목련꽃 아래에서는

왠지 시 한 편 읽어야 할 것 같다,

마치 숙제 처럼 

 

미리 온 봄날

                      나태주

 

하늘을 올려다 본다

 

하늘은 여전히 흐리고

바람은 여전히 차지만

마음은 미리 온 봄날

 

하늘 한 가운데

숨가쁘게 혼자서

달려온 너

 

어떻게 살았니,

어떻게 살았어?

나 보고 싶어서 왔구나

 

가슴 쓸어내린다.

 

서로가 보고 싶어서

먼 길을 달려온 친구들

시 한 편 더 읊고 가자.

 

 

좋은 날 하자!

                       나태주

 

오늘도 해가 떴으니

좋은 날 하자

 

오늘도 꽃이 피고

꽃 위로 바람이 지나고

 

그렇지, 새들도 울어주니

좋은 날 하자

 

더구나 멀리 네가 있으니

더욱 좋은 날 하자

 

우리들은 말띠들이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히어리'

친구가 처음 보는 꽃이 신기하다고 해서

알려 주었다. 친절하게. ㅋ

 

돌 신을 신고

 

친구는 좋다고 하는데

 

왠지 썩 내키지 않는 듯

 

멀고 먼 길

                  김초희

 

오 하느님

나이는 먹었어도

늙은 아이에 불과합니다

 

햇살은 발끝에 기울었는데

내 몸이나 구하고

 

굽은 마음 어쩌지 못해

얼굴을 숨기기도 합니다

 

몸안에 가득 들여놓은 꽃은

붉은 조화 나부랭이였습니다

 

어찌

고요를 보았다 하겠습니까.

 

벚꽃이 벌써 피었나?

 

다시 보니

벚꽃 같지는 않고

매화 인가?

이렇게 큰 매화나무는 본 적이 없었는데

좀 더 자세히 볼걸....

 

홀로 선 은행나무

아직도 봄이 온 줄 모르나보다.

 

'직박구리'

그 많던 빨간 산수유는 누가 다 먹었을까?

 

빨간 잠자리 지나서

 

응봉산 개나리 보러 가는 길목에서

 

중랑천 건너

응봉산이 노란 개나리로 덮혔다.

 

중랑천 따라 잔차타던 기억이 스쳐가고

 

기차도 지나간다.

모두가 흘러가고 지나가고

 

앞서 가는 친구들을

불러 세웠다.

 

잠시 멈추면

멋진 추억의 한 장면을 만들 수 있지.

날이면 날마다 찍을 수 있는 사진이 아니다.

 

가까이 갈수록

멋지게 다가오는

응봉산 개나리

 

멋지지 아니한가.

 

한 장 더!

 

장막을 거둬라

 

멈추고

기다리면 볼 수 있는

멋진 장면

 

응봉산 개나리 넘어로

서울숲이 보인다.

 

한강물도 보이고

 

서울숲 지나

응봉산에 도착하니

온세상이 노랗다.

 

 

노란 세상에서

한 줄기 초록을 찾고

 

한 가지 벚꽃도 보았으니

 

다음을 기약하며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

 

친구들아!

만나서 반가웠고, 즐거웠다.

건강하게 또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