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에 살면서

해바라기 만발한 호로고루 주말 풍경

오돌 2021. 9. 6. 11:53

어쩌다 한 번씩 모여서

함께 자전거를 타는 멤버들과

한적한 시골길로 이어지는

"평화누리 자전거길"을 

정말 평화롭게 달리고

맛집으로 소문난 매운탕집을 찾아갔지만

주말이라 너무 긴 대기시간에

맞은편 매운탕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호로고루 해바라기 꽃밭으로 가는 길로 접어 든 순간

전국 나들이객들은 모두 찾아 왔는지 

1차선 시골길은 자동차로 끝이 없이 늘어섰고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요즈음 말로 "멘붕"이다.

밀려밀려 가다가 해바라기밭은 포기하고

호로고루를 지나 임진강변 카페에서 냉커피 한 잔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해질녘이 다 됐다.

남양주, 성남, 부천에서 온 멤버들은 서둘러 귀가길에 오르고

홀로 해바라기밭으로 차를 돌린다.

해는 이미 호로고루 저편으로 넘어가고 

붉으레한 노을만 남아 있는 시간인데도

주차장에는 들어 오는 차와 나가려는 차들로 북새통이다.

주차장을 두어바퀴 돌다가 간신히 주차를 하고 꽃밭으로 가니

여기는 더 아수라장이다.

마치 해바라기꽃들이 뛰쳐 나오지 못하게 울타리라도 치듯이

그 넓은 해바라기꽃밭 주변을 카메라 삼각대로 빽빽하게 둘렀고

호로고루 토성 위에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덕분에 호로고루 능선의 실루엣은 조금 더 볼만했지만

살다살다 이렇게 많은 카메라는 뉴스에서도 못 봤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현지 분위기를 전하면,

찰칵 찰칵 셔터 누르는 소리가 천지진동하고

돌아서라, 점프해라, 손을 들어라 모텔 빰치는 온갖 포즈에 정신이 사납다.

거가 어디가?

여그 해바라기가 천지삐까리 아이가...

워매 저게 다 거시기여라....

그냥저냥 찍게 냅둬유...

저 많은 종간나, 애미나이들은 다 어데서 완?

내래 유기오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다 야.

옛 고구려 땅 호로고루 토성에 고구려, 신라, 백제 사람들에

대한민국 국민들까지 구름같이 모여서

코로나 방역수칙 어쩌구는 딴 나라 이야기인가?

저마다 떠드는 소리가 제 각각이다..

아마도 그 옛날 왕건이 철원평야를 향해 말을 타고 임진강을 건너갈 때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ㅎㅎ

실없는 소리 그만 하고 제 정신으로 돌아 와서 생각하면,

누구나 갖고 있는 휴대폰으로도 얼마든지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에

많은 돈을 들여 카메라 장비를 장만하고 먼 길을 달려와 사진을 찍는

일명 "진사님"들이 이렇게도 많은지는 정말 몰랐다.

말 그대로 꽃이 절반이고 카메라가 절반이다.

그 대열에 나도 잠시 있었다는 것이 조금은 멋쩍기는 하지만

결론은 "해질녘 호로고루 풍경"을 담은 사진 몇 장 찍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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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만큼 남은 해가 구름을 붉게 물들이고

해바라기밭 뒤로

호로고루 능선 위에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평일에 한적했던 산책로에도 사람들로 가득하다.

조심스레 카메라를 꺼내들고

셔터를 눌러봅니다.

어둠이 짙어지는 시간에도

돌아 갈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는 진사님들

명당 자리는 언감생심 

홀로 이곳저곳 걸어본다.

호로고루 옆을 흐르는

임진강도 붉은 노을을 뒤로하고

어두움에 잠기는 시간.

노을 뒤에 푸른 하늘이 나타나는 시간

해바라기밭 가운데 홀로 나무 뒤로

붉게 타는 마지막 노을이

마치 구약성경에서 모세가 시내산에서 불타는 떨기나무 아래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순간을 연상하게한다.

완전히 나만의 상상입니다. ㅎ

넷이 모여 자전거로 시작한 하루

호로고루 해바라기꽃밭에서

홀로 마무리해서 조금은 아쉬웠지만

하나님께서 세상을 지으시고

"보시기에 좋았더라" 말씀하신대로

아름다운 풍경 속에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Thank G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