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에 살면서

고구려 토성 "호로고루"를 점령한 "해바라기"

오돌 2021. 9. 2. 15:54

임진강변에 자리한

고구려 토성 "호로고루 유적지"

지난 봄에는 청보리 물결로 넘쳐나더니

지금은 그 자리에 해바라기가 빽빽하게 진을 치고

호로고루 토성을 지키고 있다.

아니 호로고루 토성을 넘보고 있는 거시기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확실하게 아는 것은

7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이렇게 넓은 해바라기밭은 처음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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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밭 사진을 본 동네 통닭집 사장님 왈

우와~~~

여기가 어딘가요?

외국에 다녀 오셨어요?

아님

제주도 인가요?

둘 다 아님니다.

한 시간 달리면 도착하는 연천의 "호로고루 유적지"입니다.

그래요?

꼭 한 번 가고 싶네요.

이바구 하다보니

어느새 따끈한 통닭 한 봉지가 내 손에 들려있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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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폭포에서 달려 도착한 호로고루에는

잔뜩 흐린 하늘 아래 땅거미가 어둑어둑 내리기 시작하고

멋진 석양을 찍을 욕심으로 먼 길 마다 않고 달려 온

진사님들은

혹시라도 하늘에 구름이 붉게 물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저마다 삼각대에 카메라 장착하고 명당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 옆에 살그머니 삼각대를 펼쳐보지만

멋진 일몰은 애저녁에 틀렸다는 생각에

이곳 저곳 눈에 들어오는대로 셔터를 눌러댄다.

더 어둡기 전에

셀카도 찍어보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땅거미를 맞이하는

솟대들의 군상

여러 놈 필요 없다.

한 놈만 찍기로 했다.

확실하게!

완전히 내려 앉은 땅거미

무엇을

어떻게

더 찍을 수 있을까.

하늘에 구름이 가득해서

조금은 아쉬웠던 나들이

조만간 한 번 더 와야지

마눌과 함께

하늘이 맑은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