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

아침 산책길에서 李白의 추포가(秋浦歌)를 읊다.

오돌 2021. 12. 9. 20:28

창문 밖이 붉으레하니

해가 떠오르려나보다.

서둘러 뒷동산으로 해맞이 산책을 나간다.

.

.

.

성당 넘어 멀리 북한산에 붉은 빛이 감돈다.

물 위에서 한가하게 아침을 맞이하는

왜가리, 백로 그리고 오리들

출근길에 줄을 선 자동차들은 관심 밖이다.

다만 카메라 들고 가까이 다가오는 웬 놈이 성가셔

백로는 날아 갈 뿐이다.

백로가 날아가니

왜가리도 날아간다.

든든한 동료가 있는 오리들은 여유만만

I don't care!

사진을 찍든지 말든지.

나는 Thank you!

밤새 내린 하얀 서리에

고개가 버거운 수크렁.

문뜩 떠오르는 漢詩 한 구절

"何處得秋霜"(어디서 가을 서리를 얻었나)

앞 산에 해가 떠오르고

솔숲 사이로 떠오른 아침 해는

소나무와 함께

물에 비쳐보지만

不知明鏡裏(맑은 거울 속 그대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秋浦歌

         李白

 

白髮三千丈(백발삼천장 : 백발은 길이가 삼천장)

緣愁以䓢長(연수이개장 : 근심 때문에 이렇게 자랐다)

不知明鏡裏(부지명경리 : 모르겠구나, 맑은 거울 속)

何處得秋霜(하처득추상 : 어느 곳에서 가을 서리를 얻어왔나)

 

아침 산책길에 뜻하지 않게

철새를 만나 즐거웠고

수크렁에 내린 하얀 서리를 보며

李白의 "秋浦歌"를 읊어보는 아침 산책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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