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

첫눈 맞이

오돌 2021. 12. 20. 12:46

이런 첫눈 또 없습니다.

짧디 짧은 겨울 한낮의 해

햇빛바라기하며 동네 소공원을 걷다가

쨍하게 비치던 해는 어느새 구름 속에 갇히고

얼핏 얼핏 눈에 보이는 하얀 눈송이 바람에 날리고

거세지는 바람에 눈송이들도 신이났는지 떼 지어 날린다.

옆지기와 함께 걷다 첫눈을 맞는 기분이 삼삼하다.

룰루랄라 첫눈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오니

창밖이 안 보일 정도로 눈이 펑펑 쏟아진다.

Wow!

White Christmas!

이런 첫눈이 또 있을까?

밤새 흔적만 남기며 남몰래 온 첫눈이 아닙니다.

잠시 한 두 송이 스쳐만 가는 첫눈도 아닙니다.

주말 한낮에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쏟아지는 함박눈

이런 첫눈은 내 기억에는 없는데

아마도 이 년째 코로나로 지쳐가는 우리의 일상을 위로하는

첫눈이 아닐까?

동네 아이들은 눈썰매 탈 생각에 마음이 설렐 것이고

이 몸은 하얀 설경을 찍을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창밖을 보고 또 본다.

.

.

.

물을 찾아 날아 온

산비둘기.

꽁꽁 얼어 붙은 얼음 위에서

어찌 물을 마실 수 있을까.

뜨거운 물 한 바가지 부어주고 싶었지만

미처 준비하지 못했으니

둥근 구슬 속에 비친 모습만 찍고 간다.

산비둘기야

너를 찍을 생각은 없었다. ㅎㅎ

희끗희끗

바람에 날리는

눈송이들...

첫눈 맞이 기념사진

잠시 내리다 그칠 것 같았던 첫눈은

온 동네를 하얗게 덮으려고 작심한 듯

펑펑 쏟아져 내리고

빨간 산수유 위에

하얀 모자를 씌워 주고

찍고 또 찍으라합니다.

늦게까지 피어 있는 한송이 국화 

하늘에서 내린 하얀 모자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습니다.

바위 위에 뿌리내린

아기 소나무.

작년에도 하얀 눈 맞고 있었는데

내년에도 또 보자.

우리 동네에서는

크리스마스 트리 위에 

하얀 눈을 올립니다.

동네 풍경 1.

동네 풍경 2.

대나무

어침이공원

소나무

말타는 소년

바람개비도

하늘에서 내려 준 첫눈을 차마 떨굴 수 없어

회전을 멈췄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불 들어오는 시간

 

눈 맞은 물방울

은근한 조명이 마음을 따스하게 녹여줍니다.

추운 날씨 덕분에

파란 하늘 아래에서

더욱 희게 빛이 나는 일요일

눈사람보다

눈오리가 대세.

눈오리 커플.

눈 밖의 세상으로

발 끝에서

머리 끝까지

우리는 청춘!          Photo by 옆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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