萬化方暢(만화방창)
(따뜻한 봄이 되어 온갖 생물이 나서 자람)
執權靑帝大施恩(집권청제대시은)
정권을 잡은 청제가 크게 은혜 베풀어
蜂蝶逢時舞草原(봉접봉시무초원)
벌 나비도 때를 만나 초원에서 춤춘다.
嫉妬春花誇艶態(질투춘화과염태)
질투하듯 봄꽃들이 고운 모습 자랑하니
不堪老士出開門(불감노사출개문)
늙은 선비도 못 견뎌 문 열고 나간다네
아침마다 커튼을 걷으면
창밖의 나무들이 연초록 새순을 키우고
온갖 꽃들이 피고 지는 계절이다.
옛 글 그대로
질투하듯 봄꽃들이 피고지는 동네이다 보니
늙은 선비도 못 견뎌 문 열고 나간다는데
선비란 단어에는 한창 못 미치지만
늙은이란 단어에는 조금 근접한 이 몸
카메라 들고 아니 나갈쏘냐.
萬花方暢의 계절 아닌가?
.
.
.
쏟아지는 봄 햇살에
연초록 새 잎이 빛나고
솔잎 마저 윤기가 자르르 하다.
만첩홍매 휘어진 가지가 멋스럽다.
"만첩홍매"
만첩이란 겹꽃이란 뜻이라네요.
죽단화와 황매화의 차이
만첩 홍매와 같이 노란 꽃잎이 겹겹이 이지만
이름은 "죽단화" 또는 "겹황매화"
죽단화와 같이 피어 있는
꽃잎이 홑겹인 이 꽃은
"황매화(홑꽃)"
하얀 목련은 떨어지고
자목련이 한창입니다.
자목련 꽃그늘
나태주
자목련꽃 꽃 그늘
연한
해으름
숨을 쉬는 수정반진
여린
보랏빛,
노루야 암노루야
화양
노루야
자목련 번지는
연한
목마름
이 꽃은
라일락인가?
수수꽃다리인가?
궁금한 마음에
Daum 백과를 검색하니
"라일락은 잎 길이가 폭에 비해서 긴 편인데,
수수꽃다리는 길이와 폭이 비슷한 점이 다르다." 고 써 있다.
헷갈리는 설명이지만
우리 동네 꽃명찰에는 "수수꽃다리"라고 써 있으니
이 꽃은 "수수꽃다리"로 부르겠다.
"라일락꽃 향기 흩날리던 날
교정에서 우린 만났소" 하며
윤형주의 노래를 떠올리면
예전의 라일락은 향기가 매우 짙었는데
요즈음의 수수꽃다리는 향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라일락 향기
정연복
밝게 웃는
얼굴도 무척 예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너의향기
은은히 짙으면서도
품위 있다.
너의 마음
너의 영혼
얼마나 긴 세월
가꾸고 다듬었기에
이다지도
좋은 향기가 나는 걸까.
자두나무꽃
벚꽃이 훌훌
나태주
벚꽃이 훌훌 옷을 벗고 있었다.
나 오기 기다리다 지쳐서 끝내
그 눈부신 연분홍빛 웨딩드레스 벗어 던지고
연초록빛 새옷을 갈아 입고 있었다.
명자나무꽃
보리수나무꽃
영산홍
나태주
세상에는 이토록
고운 사람도 살고 있었구나.
시인 안도현은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를 몰라도 봄은 간다" 했고
시인 나태주는
"발 밑에 가여운 것
밟지마라
그 꽃 밟으면 귀양간단다
그 꽃 밟으면 죄받는단다."라고 했기에
이 몸은 사진만 찍었다.
예쁜 모습만 기억하려고.
똥풀꽃
나태주
방가지똥풀꽃
애기똥풀꽃
가만히 이름 불러 보면
따뜻해지는 가슴
정다워지는 입술
어떻게들 살아 왔니?
어떻게들 이름이 나마 간직하며
견뎌왔니?
못났기에 정다워지는 이름
방가지똥풀꽃
애기똥풀꽃
혹은 쥐똥나무.
가만히 이름 불러 보면
떨려 오는 가슴
안쓰러움은 밀물의
어깨.
우리 동네에는
"자주괴불주머니" 군락이 있다.
아는 사람만 아는
나하고는 두 해째 만남이다.
시골장터
뻥튀기 장수의
뻥이요!
조팝나무꽃이
펑펑 터졌다.
꽃 속에 노란 좁쌀
흰 꽃잎 다섯장
조팝으로 터졌다. -오돌-
하늘 아이
나태주
너 누구냐?
꽃이에요
너 누구냐?
나, 꽃이에요
너 정말 누구냐?
나, 꽃이라니까요!
꽃하고 물으며 대답하며
하루해가 짧다.
찍고 지우고, 찍고 지우고
꽃 시 찾아보고
하루해가 짧은 날이다.
오늘도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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