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는
하늘에 둥근 달이
동네를 환하게 비추더니
이른 아침에는
창밖의 일출이 환상적이다.
하늘 빛이 아름다운 오후
멀리 북한산이 보이는
"공릉천"
공릉천변을 가득 메운
황화코스모스밭에서도
북한산이 멋지게 보입니다.
억새밭에서도
북한산이...
꽃밭을 누비는 꿀벌
키 큰 코스모스
홀로 해를 독식할 때
키 작은 코스모스는
빨간 색으로 피어
존재감을 뽐낸다.
코스모스 옆에 유채꽃도
가을 국화 짙은 향에 빠져들 무렵
공릉천 나무 아래 앉아계시던 어르신
꽃밭으로 오시더니
말을 걸어옵니다.
"꽃 이름이 뭐요"
"황화코스모스로 알고 있습니다."
"나이는 몇인가?"
"내일 모레 칠십입니다."
"이 몸은 구십인데
젊은이는 한창 좋을 때다"
"감사합니다."
"이 몸은 켈로부대 출신인데"
"아! 그 군번 없는 참전용사 말씀이시죠."
"열 여덟살에 입대해서
맥아더 장군과 함께 압록강까지 갔다가
중공군에 포위되어 밤낮으로 울리는 괭과리 소리에
미군들이 놀라 우왕좌왕하다가 구사일생으로 탈출했지."
어린 나이에 켈로부대원이 되어
파주 꼬마로 불리던 소년은
구십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와
공릉천에서 낯선 이를 붙잡고
묻지도 않은 무용담을 풀어내신다.
태권도가 육단으로 단련된 어르신
최근에도 째려봤다고 시비거는 동네 젊은이를
팔씨름으로 제압했다는 등
말씀이 끝이 없으시다.
말 없이 무용담을 듣다가
한번씩 고개를 끄덕이고 눈이라도 바라보면
반짝이는 눈을 가지신 구순 노인의 얼굴에는
웃음이 퍼진다.
시대의 아픔을 몸소 겪으시고
공릉천에서 가을 날의 오후를 보내시는
우리시대의 영웅에게
말없이 옆에 서서 무용담을 들어드리는 것 외에는
달리 보답할 길이 없었습니다.
건강하시기를.........
창릉천에서 이사 온
돌다리.
징검다리 위에서 보는
북한산.
갈대속에
손톱만한
"둥근잎 유홍초"
구순 어르신의 눈에는
한창 젊은 날.
오늘도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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