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봄비 내린 북한산에 생기가 넘친다.

오돌 2023. 4. 8. 13:44

북한산 넓은 산등성이에 내린 봄비

계곡으로 모여 함께 흐르는 소리

봄의 교향곡이 따로 없다.

 

나무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봄비는

가지에 숨겨두었던 꽃들을 피워냈다.

 

면암 최익현 선생께서

금강산을 가는 길에

한탄강 화적연에서 읊었던 

싯구를 공감하며 산성계곡을 걷는다.

 

賴爾潛功時作雨(뢰이잠공시작우)

적기에 비를 내려 주는 잠공은 

能令萬物各欣然(능령만물각흔연)

만물을 즐겁게 자라게 하네

 

 

雨越長提草色多(우월장제초색다)라 했던가

산성계곡 초입에 귀릉나무의 초록이 싱그럽다.

허공을 찌르는 개나리

허공을 가르는 개나리

음지에서 조용히 피어나는 복사꽃.

여럿이 뭉쳐 위세를 과시하는 복사꽃

하늘을 향해 햇빛을 독차지하는 복사꽃.

사월에 북한산은 복사꽃(개복숭아) 이 만발하고

가녀린 나무가지는 새 순을 키워낸다.

수정같이 맑은 물가에는 산벚나무 하얗게 피어 있고

긴 가문에 졸졸흐르던 계곡은

한 방울 두 방울 내리는 비를 모으고 모아 

천방져 지방져 천둥소리를 내며 쏟아진다.

자연의 소리

힐링의 소리

진달래도 옆지기도 천둥소리에 힐링 타임.

맑은 하늘을 보는 것도 힐링.

진달래 원없이 일광욕을 즐기고

앉은뱅이 제비꽃

보라빛으로 피었다.

산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무리지어 핀 제비꽃.

요리보고 조리보고

찍고 또 찍어봅니다.

집채만한 바위에 자리잡은

산괴불주머니 가족.

우거진 숲 속에서

틈새로 파고 든 햇살 받는

"명자꽃"

붉은 색이 당당하다.

산벚나무와 소나무

오밀조밀 산벚나무 아래

산비둘기 배가 부르다.

조선왕조 고종의 후궁 순빈 엄씨가 

산신각을 짓고 백일기도 후 아들(영친왕)을 낳았다는

무량사 지붕 위로 흰구름이 흐르고 있다.

대서문에서 1.

대서문에서 2.

신록 1.

신록 2.

신록 3.

다음백과에 의하면

"기침과 가래를 멎게 하는 성분이 있어

기관지 질환에 효능이 있다"고 하는

귀릉나무 1.

귀릉나무 2.

하산 길 끝에서 만난

산목련를 끝으로

봄비 내린 북한산 산책을 

가벼운 발걸음로 마감합니다.

면암 최익현 선생께서는

금강산 유람을 가시는 길에

 

身健偏宜賦壯遊(신건편의부장유)

"몸 건강하니 먼 여행이 가장 좋더라". 하셨지만

 

면암 선생(1833-1907) 시절이면

영감. 할멈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나이에

괴나리 봇짐 대신 배낭 하나 등에 지고

먼 여행은 아니지만

가까운 북한산성 계곡길을

옆지기와 함께 자주 걸을 수 있으니

이 또한 좋은 일이고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