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장맛비가 지나간 북한산성

오돌 2023. 7. 6. 20:27

며칠전까지 북한산에 러브버그가 가득하다는 뉴스에

북한산을 향한 발걸음이 망설여졌지만

밤새 장맛비에 모두 떠내려갔기를 바라며

북한산성계곡에 도착하니 

계곡에 물 흐르는 소리가 천둥같이 요란하다.

 

계곡 다리 위에서 한참이나 물멍에 빠져 있다가

한 발 두 발 계곡 산책길을 걷는 동안

걱정했던 러브버그는 한 마리도 안 보이고

우렁찬 물소리만 가득하다.

 

"溪聲便是長廣說(계성편시장광설)

계곡의 물소리가 끝없이 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는

옛 시인의 표현이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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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계곡 입구에서 

물소리 따라서

뱀딸기

한 쪽 날개를 다친 나비

제주도에 비가 오면 생기는 엉또폭포가 있다는데

북한산성계곡에는 이런 폭포가 생깁니다.

 

이름 없는 폭포에서

김삿갓의 시를 읊어봅니다.

"山如劍氣衡天立(산여검기형천립) 산은 칼의 기상으로 하늘을 뚫고 서있고

水學兵聲動地流"(수학병성동지류) 물은 병정의 아우성 소리처럼 땅을 흔들며 흐르는도다.

폭포 앞에서

인증샷 찍고 

내려가는 길

폭포 건너편 숲

"누리장나무"

물을 거슬러 올라 갈 때는 못 보았던

"은꿩의 다리"

처음보는 야생화이기에

한 컷 더!

올라가면서 보는 느낌과

내려가면서 보는 느낌이

같으면서도 다른 재미가 

 

숲속에 홀로 핀 원추리

북한산성 끝자락에서 본 하늘

백운대와 만경봉은 구름에 가려져 있고

노적봉만 아스라이 보입니다.

북한산성계곡 초입으로 돌아와

한 번 더 북한산을 바라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물소리와 함께 걸은 북한산성길

속세의 찌든 때를 말끔히 지우고 돌아갑니다.

 

옆지기와 함께 걸을 수 있어 감사한 날에

나즈막히 불러보는 복음성가

"내가 걸어왔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모든 것이 은혜 은혜 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