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봄이 오면 북한산에 가는 이유

오돌 2024. 3. 30. 20:36

봄이 오면

북한산에 가는 이유

 

북한산 정상을 오르려 함이 아니고

산성계곡 따라서 물소리 들으며

철따라 피어나는 산꽃들을 만나기 위함이다.

 

눈을 들어 바라보면 바로 보이는 나무에서 피는 꽃이 있고

허리 숙여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아주 작은 풀꽃들이 있다.

 

나무의 꽃들은 카메라 들이대고 찍으면 되지만

작은 풀꽃들은 허리 숙여 무릎 꿇고 낮은 자세로 찍어야만

본 모습을 보여준다.

도도하기가 짝이 없다.

 

꽃집에서 사다가 집에서 편하게 볼 수도 있겠지만

산길을 따라 걸으며 힘들게 찾아가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깊은 산 골짜기에 숨어 있는 작은 꽃

힘들게 찾아가 알현하면

기쁨도 주고 건강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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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릉나무 연초록잎이 돋아나고 있다.

 

 

'제비꽃에 대하여'

                               안도현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서

따로 책을 뒤적여 공부할 필요는 없지

 

연인과 들길을 걸을 때 잊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줏빛이지

 

자줏빛을 툭 한번 건드려봐

흔들리지? 그건 관심이 있다는 뜻이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봄은,

제비꽃을 모르는 사람을 기억하지 않지만

 

제비꽃을 아는 사람 앞으로는

그냥 가는 법이 없단다.

 

그 사람 앞에는

제비꽃 한포기를 피워두고 가거든

 

참 이상하지?

해마다 잊지 않고 피워두고 가거든.

 

 

진달래꽃을 찍었는지

호박벌을 찍었는지....

 

물소리가 좋아서

 

 

'진달래'

 

늦깍이

'복수초'

 

'괴불주머니'

어린아이의 주머니 끈 끝에 차는 노리개를

고양이의 음낭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 -다음 어학사전-

 

연보라빛

'깽깽이풀'

 

깨갱깽깽

강아지 짓는 소리 아니고

깽깽깽깽

굉과리 치는 소리도 아니고

대장간 망치 소리도 아니다.

 

산기슭 양지바른 곳에

연보라빛 은근히 빛내며

나즈막이 대가족으로 피어나는 꽃인데

오늘 만난 깽깽이풀은

대가족을 이루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듯하니

한 번 더 가야겠다.

 

 

생강나무 꽃

                      이문조

 

김유정의 동백꽃을 아시나요

 

이른 봄

강원도 산골짝을

수놓는

노란 병아리들

생강나무 꽃

 

산수유와

닮은 듯

다른 꽃

생강나무 꽃

 

그 이름 아는 사람

그 이름 다정히 불러주는 사람

별로 없어도

섭섭하지는 않답니다

 

그 유명한

김유정의 동백꽃

그게 바로 생강나무 꽃이랍니다.

 

 

 

오늘도 노루귀, 큰개별꽃 등등 만나지 못한 꽃들이 많다.

다음에 다시 오란다.

다시 갈 이유가 생겼다.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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