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에 '청노루귀꽃'이 필 때가 되었는데
꽃샘 추위에 봄비도 자주 내리고
하늘이 도와주지를 않아 아쉬운 마음 가득하다.
북한산 골짜기 십리길을 걸어야 만날 수 있는데
거기까지 갈 수 있는 체력은 과연 있는지 생각도 안 하고.
마음만 앞세워 조바심을 낸다.
아침 하늘이 파랗게 맑은 날
갈 때까지 가보자는 마음으로
등산화 끈을 조여 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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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에 귀룽나무 연초록이 싱그럽고
저 멀리 노적봉이 오늘따라 가까이 보인다.
북한산의 깃대종
'산개나리'
개나리에 비해 가지가 가늘고
곧게 뻗어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개나리는 다 같은 개나리인 줄 알았는데
또 하나 배웠다.
깃대종이란
특정 지역의 생태.지리.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생물종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상징적인 생물을 말합니다.
전국의 국립공원마다 동물과 식물 각 1종씩 깃대종이 선정되어 있습니다.
햇살 가득 머금은 수정 같이 맑은 계곡에
진달래가 곱게 피고
열 명도 넘게 앉아 쉴 수 있는 바위
'칠유암'
옛날에 선비들은 진달래전 부쳐
막걸리 한 잔에 시 한 수 읊지 않았을까?
溪聲便是長廣舌(계성편시장광설)
계곡의 물소리가 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오래 전 해남 대흥사 여행 중에 본 글귀를 떠올려 본다.
'딱총나무'
어릴적 딱총나무 꺾어
빈 줄기 끝을 종이로 막고
나무 젓가락으로 밀어 쏘면서 놀던 생각이....
꽃 모양이 종달새 머리와 비슷한
'현호색'
꽃말은 '보물주머니, 비밀'이라고
고목나무에 핀 '목련'
보랏빛
'깽깽이풀'
중성문을 지나서
잠시 쉬어가는 중에 만난
'산비둘기'
생강나무 투명하게 빛나는 오후
'최송설당' 각자 바위
영친왕의 보모이자
일제 강점기 전 재산을 희사해
김천중고등학교를 설립하신 분으로
송설재단 출신들은 송설당할머니로 부르기도 한다.
북한산성계곡 따라
십 리 길을 걸어서 만난
'노루귀'
개체수가 많지 않아
위에서 보고, 아래에서 보고, 옆에서 보고...
청노루귀
폐사지 기와 옆에 '청노루귀'
아마도 몇 백 년을 함께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더욱 귀하게 여겨진다.
고목 아래 노루귀
낙엽 속에 청노루귀
노루귀의 또 다른 특징
햇살에 투명하게 빛나는 작은 솜털
햇살 좋은 날에
시간을 잘 맞춰야 찍을 수 있는데
운이 좋았나봅니다. ㅎ
노루귀 만나고
하산하는 길
올라 갈 때는 보지 못했던
'올괴불나무'
현호색 군락지
산괴불주머니
'미선나무'
한반도에서만 자라는 귀한 나무라고..
코 끝을 스치는 향기가 일품이다.
북한산성 계곡 따라서 십리길을 왕복해서 이십리길을 걸었다.
귀한 청노루귀꽃이 조금만 더 높은 곳에 피었다면
만날 수 없었을텐데...
고맙다.
6학년 7학년 우리 부부 앞에 나타나 주어서
내년에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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