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에 살면서

창릉천 황화코스모스

오돌 2024. 9. 23. 09:51

추분

                  김환식

 

어제가 추분이다

오늘부터는

밤이 낮보다

새끼손톱만큼 길어질 것이다.

그 만큼

당신을 생각할 시간이 길어져서 좋다

동지 까지는

더 많이 당신을 사랑 할 수 있으리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에

창릉천 황화코스모스밭을 걸었다.

황화코스모의 꽃말은

'야생의 아름다움'이라는데

어제보다 한 뼘 높아진 하늘 아래

마눌과 함께 황금빛 꽃길을 걸으니

무엇이 부러우랴.

 

 

Black & White

 

코스모스의 가을

                              오보영

 

당신이 있어

내 얼굴이

더욱 곱게 빛납니다

 

당신으로 인해

내 자태가

멋지게 출렁입니다

 

청명한 하늘

소슬한 바람

 

당신들이 있음으로

비로소

이 가을에

 

나의 존재가

또렷이

도드라져 보입니다

 

 

 

추분의 비

                         이원문

 

처음 보는 이 가을 그렇게 덥더니

하루 이틀 사이에 이렇게 다를 수가

바람도 쓸쓸히 옷깃에 스며들고

바뀐 날씨에 마음까지 울적하다

이틀이래야 시간으로 보면 몇 시간이 될까

꽉 차지 않은 삼십여시간쯤 될까

 

달라도 너무 달라진 세상

어쩌면 이리 변할 수가 있나

가을 비에서 배우는 인생

인생도 이렇게 갑작스레 변하지 않을까

세월이 두렵고 시간이 무섭다

인생이 저무니 하루의 해도 짧구나



 

시인은 예언자이신가?

어찌도 이리 요즈음 날씨를 딱 맞게 쓰셨는지

엇그제 추분을 이틀 앞두고 비가 내리더니

여름내내 틀던 에어콘을 끈 것은 물론이고

하루 사이에 창문을 닫고 잠을 자고

짧은 팔 여름 옷이

긴 팔 가을 옷으로 바뀌었다.

 

가을 비에서 배우는 인생

세월이 두렵고 시간이 무섭다지만

이 백수는 가을 꽃 찾아 나설 생각에

 하루 해가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