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에 살면서

파주 출판단지의 봄날

오돌 2025. 4. 9. 09:50

화창한 봄날에

출판단지에서는

시 한 수 읊고 시작하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하여...

 

봄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루 시자'가 지은

미술관 건물 자체로 작품이 된다는

"미메시스아트뮤지엄"

 

 

나무에 대하여

                   정호승

 

나는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가 더 아름답다

굽은 나무의 그림자가 더 사랑스럽다

함박눈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많이 쌓인다

그늘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그늘져

잠들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와 잠이든다

새들도 곧은 나뭇가지보다

굽은 나뭇가지에 더 많이 날아와 앉는다

 

 

어느 출판사 뒷뜰에 핀 홍매.

조금은 늦은 감이 있지만

몇 장 찍었습니다.

 

홍매와 함께 어울려 사는 이웃

 

걷고 싶은 책방거리 회동길

 

흑백 세대라 그런지

가끔은 흑백사진을 찍어봅니다.

 

흑백사진의 장점

꽃의 색은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다. ㅎ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이해인

 

나는 문득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누군가 이사 오길 기다리며

오랫동안 향기를 묵혀둔

쓸쓸하지만 즐거운 빈집

 

깔끔하고 단정해도

까다롭지 않아 넉넉하고

하늘과 별이 잘 보이는

한 채의 빈집

 

어느 날

문을 열고 들어올 주인이

"음, 마음에 드는데....."

하고 나직이 속삭이며 미소 지어줄

깨끗하고 아름다운 빈집이 되고 싶다

 

주춧돌 아래

관심을 갖고

허리를 숙여

눈높이 맞춰

렌즈에 담다

 

 

담장 밖에서

 

돌담 앞에 서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느티나무

 

본래 이 느티나무는

1975년 8월 국회의사당 조경 시

국회도서관 경내에 심어져,

그 후 30여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던 터줏대감이었다.

 

푸르른 봄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