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구름 흰구름 헤르만 헤세 오, 보라! 오늘도 흰 구름은 흐른다 잊혀진 고운 노래의 나직한 멜로디처럼 푸른 하늘 저편으로 흘러만 간다. 기나긴 방랑 끝에 온갖 슬픔과 기쁨을 사무치게 맛본 자만이 저 구름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햇빛과 바다와 바람과 같이 가없이 맑은 것들을 난 사랑한다 그것은 고향 떠난 나그네의 누이이며 천사이기에. 사진과 시 2020.12.06
풀꽃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2. 나태주 이름을 알고나면 이웃이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풀꽃 3. 나태주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 봐 참 좋아. * 이름을 알고나면 이웃이된다.. 사진과 시 2020.03.07
나비에게 나비에게 이해인 너의 집은 어디니? 오늘은 어디에 앉고 싶니? 살아가는 게 너는 즐겁니? 죽는 게 두렵진 않니? 사랑과 이별 인생과 자유 그리고 사람들에 대해서 나는 늘 물어볼 게 많은데 언제 한번 대답해주겠니? 너무 바삐 달려가지만 말고 사진과 시 2019.09.23
조팝나무 조팝나무 강만수 잠깐 동안도 멈추지 않고 장엄하게 순간 쾅 튀밥처럼 꽃들은 마구 터지고 있다 네 마음속 가까운 듯 먼 먼 곳 과거에서 현재를 지나 미래를 향해 1초에 열두 번씩 아니 일백이십 번씩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일만 이천 번일까 으음 으 셀 수도 없이 터진다 터지.. 사진과 시 2019.04.25
3월과 4월 사이 3월과 4월 사이 안도현 산서고등학교 관사 앞에 매화꽃 핀 다음에는 산서주조장 돌담에 기대어 산수유꽃 피고 산서중학교 뒷산에 조팝나무꽃 핀 다음에는 산서우체국 뒤뜰에서는 목련꽃 피고 산서초등학교 울타리 너머 개나리꽃 핀 다음에는 산서정류소 가는 길가에 자주제비꽃 피고 . . . 일산 자이아파트 앞에 매화꽃 핀 다음에는 산수유꽃 피고 조팝나무꽃 핀 다음에는 목련꽃 피고 개나리꽃 핀 다음에는 자주제비꽃 피고 사진과 시 2019.04.08
사진 한 장. 시를 만나다. 15편. 사과를 고르다 김후란 사과는 우주를 품고 있다 사과 바구니에서 잘생긴 사과를 고른다 이리 뒤적 저리 뒤적 사과를 건드린다 사과가 몸살을 앓는다 나 다쳐요 파르르 소리친다 그래 내가 틀렸다 너희들 모두 맛있는 사과다 모양새만으로 사과를 고르는 건 내 욕심이다 실팍하게 응집된 .. 사진과 시 2018.12.10
사진 한 장. 시를 만나다. 14편. 연산홍 군락에서 힘들게 얼굴 내밀고 출근길에는 잘 다녀오라고 퇴근길에는 잘 다녀왔냐고 매일매일 인사하는 도라지꽃 . . 도라지꽃 조지훈(1920~1968) 기다림에 야윈 얼굴 물 위에 비초이며 가녀린 매무새 홀로 돌아앉다. 못 견디게 향기로운 바람결에도 입 다물고 웃지 않는 도라지꽃아. 사진과 시 2018.09.05
사진 한 장. 시를 만나다. 13편. 동네 산책을 하다 빨간 고추를 보고 성큼 다가 온 가을을 생각합니다.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1875~1926)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시고 들녘에 바람을 풀어 놓아 주십시오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명해주소서 이틀.. 사진과 시 2018.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