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던 중에 알게 된
광화문의 현판과 주련에 얼킨 이야기
유럽여행을 하면서 다른 나라 왕궁에 대해서는
가이드 설명도 듣고 구석구석 사진도 찍어 올리면서
우리의 궁궐에 대해서는 수박 겉핡기로 건성건성....
늦었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알고 싶은 마음에
교보문고에서 한 권 밖에 없는
"궁궐의 현판과 주련"을 사서
경복궁으로 달려가
건물에 붙어있는 현판과
큰 문, 작은 문에 붙어있는 현판을
보이는대로 현판이란 현판은 모두 찍었습니다.
경복궁의 정문 광화문에서 시작해서
경복궁 끝에 있는 집옥재까지.
.
.
이제부터 제가 찍은 사진에
아래의 두 책에 써있는 내용을 붙여
두고두고 보면서 익혀보려는 마음에
두서 없이 옮겨봅니다.
"경복궁"의 뜻
태조 이성계는 재위 4년에 입궐하면서
정도전에게 새 궁궐과 주요 전각의 이름을 지어 올리게 하였다.
이에 정도전은 10월 상순에 열린 문무백관 연회에서 경복궁이 명칭을 비롯해
근정전, 사정전, 강녕전 등 주요 건물마다 깊은 뜻을 담아
이름을 지어 바쳤다.
모든 이름의 뜻에는 고전에서 이끌어온 근거가 있었다.
궁궐의 이름을 경복(景福, 큰 복)이라 한 것은
시경(詩經) 대아(大雅)의 기취(旣醉, 이미 취하다)에 나오는
시구(時句)에서 따온 것이다.
"이미 술에 취하고 덕에 배부르니
군자는 만년토록 그대의 큰 복(景福)을 누리리
(旣醉以酒 旣飽以德 君子萬年 介爾景福)
광화문(光化門)
.
.
광화문(光化門)
경복궁의 정문으로
광화(光化)란 천자(天子)나 군주에 의한 덕화(德化)를 의미한다.
광화문 해치
광화문 해치상은 요순시대의 정의와 법치의 상징으로,
조선 왕도정치의 이상을 드러내고 있다.
해치는 실체가 분명하게 밝혀져 있지 않은 동물이지만,
각종 문헌에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점은
해치가 시비곡직을 판단하는 능력을 가진 신령스러운 동물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싸우는 것을 보면 정직하지 못한 사람을 뿔로 받고(見人鬪 觸不直者)
사람이 다투는 것을 보면 옳지 못한 사람을 깨문다(聞人鬪 昨不正者)고 한다..(옛그림을 보는 법에서. 허균 지음)
광화문의 석축에는 홍예문이 세 개 나 있어,
가운데의 홍예문으로는 왕이 출입하고
신하들은 좌우의 문으로 다니도록 했다니
좌측의 문으로 들어갑니다.
흥례문(興禮門)
광화문과 근정문 사이에 있는 남쪽 문이다.
본래 홍례문(弘禮門)이었으나,
중건할 때 청나라 건류제(1711-1799)의 이름인 홍력(弘曆)을 피하고자
홍례문으로 바뀌었다.
흥례(興禮)란 예를 일으킨다는 의미이다.
인,의,예,지,신의 다섯 덕목 가운데 예(禮)가 오행상 남쪽과 연관되므로,
이와 같이 이름지은 것이다.
흥례문을 통과하기에는
거금 삼천원의 입장권이 필수입니다.ㅎㅎ
유화문(維和門)과 기별청(奇別廳)
유화문은 홍례문에 딸린 서쪽 행각에 있는 문으로,
서쪽의 궐내각사(闕內各司)로 들어가는 입구로
유(維)는 어조사이며, 화(和)는 온화함, 조화로움을 뜻한다.
예를 실천함에는 조화로움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유화문 옆에 위치한 기별청은
원래 왕명을 출납하는 기관인 승정원(承政院)에서 반포하는
기별(奇別)을 작성하던 곳으로
기별(奇別)은 소식을 알린다는 뜻이다.
이 뜻을 빌려,
승정원에서 그 날 그 날의 일을 아침마다 적어서 알리는
관보(官報)를 기별이라고 불렀다.
수정전(修政殿)
수정전은 근정전 서쪽에 있으면서
수정(修政)은 "정사를 잘 수행함"을 의미한다.
현판의 글씨는 조선 후기의 문신으로 도승지까지 오른
조석원(1817~?)이 썼다.
수정전이 들어선 곳은
임진왜란으로 소실되기 이전
세종대왕이 집현전을 설치하여
훈민정음을 창제하였던 장소이다.
이 곳에 고종대에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새로 지은 전각이 수정전이다.
흥례문을 지나면
근정전(勤政殿)
근정전은 왕의 즉위식과 대조회와 같은
국가의 공식 행사가 거행되던 장소로
경복궁 안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면적도 가장 넓은 건물이다.
근정전의 앞마당은 전정(殿庭)이라 불리며 전체가 박석으로 깔려 있다.
중앙의 어도를 기준으로 하여 동측에는 문반의 품계석,
서측에는 무반의 품계석이 놓여 있어
행사 때 양반의 문무백관들이 자신의 품계에 맞게 도열하였다.
상.하 두 단의 월대 위에 건물이 조성되어 있으며,
난간의 엄지기둥에는 사신상과 십이지신상을 조각하여 격식을 높였다.
근정전은 경복궁의 정전(正殿)이며
그 남쪽문이 근정문으로
근정(勤政)은 정치를 부지런히 함을 의미한다.
정도전이
"치세가 이루어지려면 정사를 부지런히 해야 한다"는 뜻을
여러 경전의 표현을 빌려 작명하였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의하면
홍례문과 근정문 사이의 텅 빈 공간에는
명당수가 가로질러 흐르고 금천교가 놓여 있다.
이 다리를 영제교라고 부른다.
영제교 돌다리 양옆의 호안석축에는
물길을 뚫어져라 내려다보는 돌짐승이 모두 네 마리 조각되어 있다.
이들은 천록이라는 전설속의 신령스러운 짐승으로
"왕의 밝은 은헤가 아래로 두루 미치면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천록상에는 왕의 밝은 은혜가 온누리에 미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서려 있는 것이다.
천록(天祿. 天鹿) : 근정전으로 가는 영제교 좌우에 있는 네 마리의 천록
궁궐 진입로의 초입에서 상서롭지 못한 것을 제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천록은 벽사를 통해 궁궐 내부 공간을 상서롭고 신성한 공간으로 유지한다..(옛그림을 보는 법에서. 허균 지음)
천록은 능히 상서롭지 못한 것을 제거하기 때문에 벽사(불행과 질병과 재액등 부정적인 것들을 막거나 물리치는..)라고도 하며,
영원히 100가지 녹(祿)을 가지므로 천록이라고도 한다.
천록을 세우는 이유는 외래 사기(邪氣)의 침입을 막고,
흉하고 사악한 것을 제거하며 보물등 재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옛그림을 보는 법에서. 허균 지음)
요놈은 등에 뚜껑이 덮인 사연을
"동아일보" 1925년 10월 9일자 3면에 실린 대용을 요약하면
"네개의 석천록은 태조대에 경복궁을 지으면서
금천교와 함께 만든 것으로 후에 한개가 남별궁으로 옮겨졌다가
나중에 등이 훼손되었음.
고종대에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등에 난 상처 직경 일척을 수리해서
원위치로 돌아왔으나 총독부 신청사 기공시에 금천교와 함께 다시 훼철됨."
근정전 월대에는 사방으로 돌계단이 나 있고
그 난간 기둥머리에는 모두 세 종류의 석상이 배치되어 있다.
하나는 사방을 지키는 청룡. 백호. 주작. 현무의 사신(사신)상이고,
또 하나는 방위와 시각을 상징하는 십이지상이며,
나머지 하나는 서수(서수)상이다.
사신상의 공간관념과 십이지상의 시간관념이 이 공간의 치세적 의미를 강조해준다.
그리고 이 돌조각들이 있음으로 인해 기하학적 선과 면으로 구성된 월대에 자못 생기가 감돈다.
그리고 월대 남쪽 아래위 모서리의 돌출된 멍엣돌(모서리의 돌판을 받치는 쐐기돌) 네 곳에 있는
또 다른 짐승 조각 한쌍.
암수 한쌍이 분명한데 두 마리가 몸을 밀착해 있으면서
딴청을 부리둣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고,
어미에게 바짝 매달려 있는 새끼까지 표현되어 있어 절로 웃음을 자아내게된다.
"춘성유기의 전설"
춘성유기는 유득공이 영조 46년(1770) 3월 3일 스승 연암 박지원(1737-1805),
선배 학자 청장관 이덕무(1741-93)와 함께 서울을 나흘간 유람하고 쓴 글인데,
셋째날 폐허로 된 경복궁터를 돌아보다가 이 돌짐승을 보고는 석견(石犬)이라고 말하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다리(영재교) 건너 북쪽은 곧 근정전 옛터다.
그 계단이 3단으로 되어 있는데 계단 동서 모서리에 암수 석견이 있다.
암컷은 새끼 한 마리를 안고 있다.
무학대사가 이 석견은 남쪽 왜구를(향해) 짖는 것이며
개가 늙으면 새끼가 이어가라는 것이라고 말한 것인데
그럼에도 임진왜란의 화를 면치 못했으니 (그렇다면) 석견의 죄란 말이냐.
다만 재미있는 이야기일 뿐 모름지기 믿을 것이 못된다."
월화문(月華門)
근정문의 서쪽에 난 작은 문이다.
태조 4년(1395)에 처음 지었으며, 임진왜란 때 불탔다.
1867년 경복궁 중건 후에 재건하여 오늘에 이른다.
정전에서 조회를 할 때 무반은 월화문으로 출입했다고 한다.
월화(月華)란 달의 정화를 뜻한다.
달(月)은 음양의 이치에서 음(陰)의 성격을 띠므로 서쪽 문의 이름으로 택했다.
일화문(日華門)
근정문의 동쪽에 난 작은 문이다.
태조 4년(1395)에 처음 지었으며, 임진왜란 때 불탔다.
1867년 경복궁 중건 후에 재건하여 오늘에 이른다.
월화문과 짝을 이룬다.
정전에서 조회를 할 때 문반은 일화문으로 출입했다고 한다.
일화(日華)는 해의 정화를 뜻한다.
해(일)은 음양의 이치 상 양(陽)의 성격을 띠므로 동쪽문의 이름으로 만들었다.
중국 당나라에서는 장안(長安)의 대명궁(大明宮) 선정전 앞에 있던
두 문 가운데 하나를 일화문으로, 다른 하나를 월화문으로 지은 적이 있다.
근정전 행각의 주련
근정전의 정문인 근정문의 동쪽 행각 기둥에
열 세 개의 주련이 걸려 있다.
序 昭 六 親 殷 道 隆 盛(서소육친 은동융성)
질서가 육친(부.모.형.제.처.자)에 밝으니 은나라의 도가 융성하고
德 推 九 睦 治 堯 叶 화(덕추구목 치요협화)
덕이 구족(구대에 걸친 직계)에 미치니 요 임금의 정치가 화목하도다.
임금으로서 정치의 요체는 친족이 화목하도록 만드는 데 있음을 밝혔다.
친족부터 질서가 있고 친해야 나라가 융성하고 정치가 잘 이루어져
화목한 세상이 된다는 뜻.
列 卿 尙 書 落 花 低 春 酒(열경상서 낙화저춘주)
구경(九卿:아홉 사람의 大臣)과상서(尙書)들은 떨어지는 꽃 아래에서 봄 술을 마시고
(列卿은 九卿과 같은 말이고 王孫과 公子는 왕자와 귀족의 자제를 가리킨다.)
王 孫 公 子 芳 樹 下 淸 歌(왕손공자 방수하청가)
왕손과 공자들은 아름다운 나무 아래에서 청아한 노래를 부르도다.
(여러 고관들과 귀족의 자제들이 아름다운 봄 경치를 즐기며 술 마시고 노래 부르는 모습을 표현하였다.)
捍 禦 宗 邦 維 城 維 翰(한어종방 유성유한)
나라를 막고 지키는 것은 성(城)과 중신(重臣)이며,
夾 介 王 室 之 屛 之 藩(협개왕실 지병지번)
왕실을 감싸 보호하는 것은 병(屛:병풍)과 번(藩:울타리)이로다.
튼튼한 성과 믿음직한 주석지신이 나라를 지키는 요체이며,
주변의 제후국들이 천자의 나라를 외곽에서 잘 모시고 돕는다는 뜻이다.
(柱石之臣:국가의 주춧돌이 되는 중요한 구실을 하는 신하)
( 병(屛:병풍)과 번(藩:울타리)은 병풍과 울타리처럼 천자국을 보호하는 주변의 여러 제후국을 가리킨다.)
休 戚 與 同 忠 愛 미 篤(휴척여동 충애미독)
기쁨과 슬픔을 더불어 함께하면 충성심과 사랑하는 마음이 더욱 돈독해지며,
염 嬉 是 戒 文 武 俱 全(염희시계 문무구전)
편하게 놀고 즐기는 것을 경계하면 문과 무가 두루 온전해진다.
임금과 신하가 국가를 올바로 경영하는 데 갖추어야 할 덕목을 설명했다.
(휴척은 "기쁜 일과 슬픈 일"이라는 뜻이고, 미는 "더욱"이라는 뜻이다.
염희는 "편하게 놀고 즐긴다"는 뜻이다.)
天 漢 殿 高 孰 不 欽 敬(천안전고 숙불흠경)
천한전 드높으니 그 누가 공경하지 않으리요.
春 秋 門 近 地 是 淸 要(춘추문근 지시청요)
춘추문 가까우니 청요의 자리로다.
드높은 전각이 있는 궁궐의 위엄 있는 모습과
청환직의 중요한 관리들을 칭소한 구절이다.
천한전은 임금의 상징으로
여기서는 실제의 전각 이름이라기보다는
임금이 거처하는 전각을 나타내기 위한 표현으로 보인다.
完 矣 美 矣 公 子 謂 善 居(완의미의 공자위선거)
완전하고 아름다움은 공자 형(荊)의 훌륭한 살림살이를 애기하는 것이라네.
이 주련은 논어 자로편에 나오는 이야기로
"공자께서 위나라 공자 형(荊)을 두고 말씀하시기를,
'그는 집에 거처함을 잘 하였도다.
처음에 살림살이를 마련하고서는 '이만하면 그런대로 모아졌다'고 하였고,
다소 갖추고 나서는 '이만하면 그런대로 완비되었다'고 하였고,
부유하게 갖추어서는 '이만하면 그런대로 아름답다.'고 하였다.'라고 하셨다."
공자는 위나라 공자 형이 욕심이 없고 소박한 생활을 지향한 점을 칭찬하여
당시 권문세가들의 탐욕과 사치를 경계하게 하였다.
*나머지 주련들이 모두 대련(對聯)으로 되어 있는데
이 구절만 짝이 없는 것으로 보아 분실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모든 글은 "궁궐의 현판과 주련 1."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궁궐' 카테고리의 다른 글
景福宮! 현판을 주목하다.(함원전 권역) (0) | 2016.07.05 |
---|---|
景福宮! 현판을 주목하다.(교태전 권역) (0) | 2016.07.05 |
景福宮! 현판을 주목하다.(강령전 권역) (0) | 2016.07.03 |
景福宮! 현판을 주목하다.(사정전 권역) (0) | 2016.06.11 |
덕수궁 석조전 미디어파사드 (0) | 2016.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