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 129

목련꽃 사진전

목련꽃 겨우내 꽃봉우리를 감싸고 있던 두꺼운 껍질을 떨쳐내고 하얀 꽃을 피워냈다. 목련꽃을 보면 왠지 목련꽃 그늘 아래에서 시 한 편 읽어야만 할 것 같은데 현실은 시집 대신 카메라 들고 나간다. 목련꽃 그늘 아래에서 읽지 못한 시 한 편 읽고 목련꽃 사진을 올려본다. 4월의 노래 박목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을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하..

자이 2024.04.05

萬化方暢(만화방창)의 계절

萬化方暢(만화방창) 따뜻한 봄이 되어 온갖 생물이 나서 자람. -어학사전- 그렇다 어제까지 못 보던 꽃이 오늘에는 수줍은 듯 피어있다. 동네 한바퀴를 돌아보는 재미가 있는 계절이 왔다. 십년을 넘게 살아 온 아파트 철따라 피는 꽃자리가 익숙하지만 그래도 해마다 만나는 꽃들이 반갑다. 같은 자리 같은 모양의 꽃이 뭐가 새로울까 하지만 부는 바람과 구름 그리고 햇살은 작년과 같은 것이 아니지 않는가? 오늘도 카메라 들고 동네 산책에 나서는 이유다. ㅎㅎ . . . 산수유 현호색 청매 돌단풍 내일은 어떤 꽃을 만날까?

자이 2024.03.28

또 눈이 내렸다.

올겨울은 예년에 비해서 눈이 자주 내린다. 하얗게 내린 눈을 보면 아이들은 눈썰매 생각 운전하는 사람들은 안전운전을 생각하겠지만 이 몸은 소파에 앉아 카메라 렌즈부터 닦는다. 눈이 올 때마다 찍는 동네 설경이 거기서 거기겠지만 하얀 눈 위를 걷는 게 좋고 나무에 쌓인 눈은 인내심이 없어서 바로 녹아내리고 서둘러 나서지 않으면 이 몸을 기다려주는 법이 없기에 오늘도 카메라 들고 동네 산책에 나섰다. . . . . 목련 꽃봉오리가 살짝 벌어졌는데 가지마다 눈이 소복히 쌓였다. 여름에는 개구리 우는 연못인데 눈오리, 눈하트에 이어서 처음 보는 모양이다. 동네에서 매화, 산수유가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뜨리는 곳 산수유 나무 꽃봉오리가 봉긋 봉긋 자세히 보니 산수유 노란 꽃망울이 보인다. 사철나무도 숨을 쉬는 듯..

자이 2024.02.24

백설로 덮어버린 2023년과의 작별

12월 24일 하얀 눈으로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선물하더니 2023년 계묘년을 하루 남기고 온 동네를 하얗게 덮는 폭설이 내린다. 마치 지나간 한 해의 좋았던 일은 기억하고, 나빴던 기억은 몽땅 지우고 흰 도화지에 새 글을 쓰듯이 새하얀 세상에서 희망의 새해를 맞이하라는 하늘의 이벤트가 아닐까? . . . 눈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그칠줄 모르고 계속 퍼붓듯이 내리는 눈을 바라본다. 하얗게 변해버린 풍경을 찍다가 그칠 줄 모르고 펑펑 쏟아지는 하얀 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옆지기와 함께 하늘에서 내려오는 축복을 받으러 나갑니다. 단지와 단지를 이어주는 다리 위에서 빨간 산수유 열매가 떨어지기 전에 눈이 내렸으면 했는데, 정말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그것도 역대급으로 내리고 있습..

자이 2023.12.31

시월은 참 예쁘다.

2년전 시월에 아파트 산책 중에 처음으로 본 작고 이상하게 생긴 꽃. "두꺼비 백합" 두꺼비 백합인줄 알고 찍었는데 "대만뻐꾹나리"라고 합니다. 뻐꾸기 털을 닮아서 붙은 이름이라는데 "두꺼비 백합"과 "뻐꾹나리" 보고 또 봐도 구별이 안됩니다. 좀작살나무 천고마비의 계절 내년에 만날 분수. 태극전사들 덕분에 시월이 즐거웠습니다. 3년째 교보문고 베스트 셀러 "긴긴밤" 작가 "루리" 2021년 2월 발매 이후 30만부 넘게 판대된 베스트 셀러가 대한민국을 넘어 일본, 대만, 태국 그리고 튀르키예까지 세계를 향해 순항하고 있습니다. "긴긴밤"은 판소리로 제작되어 지난 8월 국립 정동극장 세실에서 공연이 성황리에 마쳤다고 하고 최근에는 비룡소에서 출간한 그림 소설 "메피스트"도 승승장구 하기를.... 작가 루..

자이 2023.11.04

여름이 시작되는 우리동네 풍경

6월이 시작되고 우리동네 분수가 가동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봄이 아니다. 여름인 것이다. 신록은 어느새 짙은 녹음으로 변해 산책길을 시원한 그늘 터널로 만들었다. 집집마다 불이 켜지고 가로등 불이 켜지면 개구리들의 합창이 들리기 시작하는 우리동네 풍경입니다. . . . 공터에 제멋대로 무리지어 핀 장미와 금계국 동네에서 처음 본 "클레마티스" 늦게 피어서 주목받는 "영산홍" 일본조팝나무꽃과 배추흰나비 수국이 피기 시작하는 날에 조경석을 따라 흐르는 실개천 물 흐르는 소리만은 깊은 산속.... 실개천의 끝은 분수로..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 슬로우모션 원추리도 피고 비비추도 피는 초여름 천천히 느리게 집으로 밤이오면 개구리들의 합창이 시작됩니다.

자이 2023.06.05

우리 동네 5월의 꽃

3월과 4월에는 매화, 산수유, 벚꽃 그리고 영산홍까지 산책길에 무리지어 피어 있어 사열(査閱)하듯 꽃구경을 했을데 5월에는 불두화, 라일락, 공이팝나무, 붓꽃 등 각개전투하듯 제각각 피어 있어 찾아가 알현(謁見)하듯 꽃을 만난다. . . . 향기 좋은 "때죽나무" 하얀 쌀가루 덮어 쓴 "이팝나무" "노란씀바귀" "병꽃나무" "공조팝나무" 나만의 "라일락"과 "수수꽃다리" 구별법 4월에 만난 "수수꽃다리" 꽃 가까이 가야 간신히 향을 맡을 수 있고 5월에 만난 "라일락" 근처에만 가도 향이 코를 찌르는 듯하다. 라일락 이해인 바람 불면 보고 싶은 그리운 얼굴 빚장 걸었던 꽃문 열고 밀어내는 향기가 보랏빛, 흰빛 나비들로 흩어지네 기쁨에 취해 어지러운 나의 봄이 라일락 속에 숨어 웃다 무늬 고운 시로 날아..

자이 2023.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