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에 살면서

비가 와도 행복을 느낄 때

오돌 2022. 2. 15. 11:35

오후부터 비 또는 눈이 내릴거라는 일기예보

4년전 어머님께서는 자식들의 곁을 떠나

평생을 사랑하던 주님 품에 안기신

어머님의 기일을 맞아 묘소를 찾아

이 땅에 계실 때에 즐겨부르시던 찬송가를 들려드리고

돌아오던 길에서 만난 모교의 운동선수들과 

잠깐의 반가운 만남.

집으로 가는 길에

장흥계곡으로 가는 말머리고개에 들어서니

한 두 방울 떨어지던 빗방울은 진눈깨비로 변신한다.

이것은 잠시 쉬었다 가라는

하늘에서 보내주시는 어머님의 텔레파시.

마장호수 주차장 일열에 차를 대고

촉촉하게 내리는 봄비를 바라본다.

 

목사이자 시인이신

용혜원님께서는

"봄비"에서

"봄비가 내리면

온통 그 비를 맞으며

하루 종일 걷고 싶다"고 하셨지만

텐트 안에서 듣던 빗소리를 기억하는

옆지기와 나는

하루 종일 빗소리를 듣고 싶다.

그것도

시원하게 펼쳐진 산 속 호숫가에서 말이다.

이름하여 "비(雨)멍"

정월대보름에 내린 봄비는

나뭇가지에 은구슬로 남았다.

 

비가 와도 행복을 느낄 때

                          이생진

 

비가 오는데

왜 눈치 없이 행복한가

이렇게 행복한데

왜 눈치 없이 비가 오는가

 

 

봄비가 내리는데

눈치가 왜 필요할까?

안지기, 밖지기가

즐거우면 됐지.ㅎㅎ

봄비 내리는 마장호수

봄비

     안도현

 

봄비는

왕벚나무 가지에 자꾸 입을 갖다 댄다.

왕벚나무 가지 속에 숨은

꽃망울을 빨아내려고

 

집으로 가는 장흥계곡에는

하얀 눈이 펑펑 내렸습니다.

마치 어머님의 축복이 내리듯이...

비가 와서 행복한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