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42

북한산에서 듣는 봄의 소리

봄맞이 북한산 산책 길 봄눈 녹은 물 흐르는 소리가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며칠 따스했던 봄볕에 세상에 나갈 준비하던 진달래 뜬금 없는 봄눈에 깜짝 놀라 실눈 뜨고 필까말까 조심스레 선발대를 보냈다. 날씨 살피는 진달래와 달리 일단 피고 보자는 생강나무 샛노란 꽃에서 심호흡을 크게하고 봄의 향기를 맡으라고 생강향을 뿜어낸다. 일주일만에 다시 만난 연분홍 노루귀 봄 나들이 나온 청둥오리 한 쌍. 잠시 쉬어가는 쉼터에 주변을 맴돌던 박새 한 마리. 나눠 먹자고 던져 놓은 빵에 조심스레 다가 왔다. 제법 산을 올랐나? 못보던 눈이 보이기 시작한다. 며칠 전 내린 봄비가 북한산에서는 눈으로 내렸다. 청노루귀 만나려고 나선 산행 겨우내 두껍게 언 얼음이 아직도 그대로인 계곡을 보니 청노루귀 자생지는 아직 눈에 덮..

북한산 2022.03.23

봄비 타고 내려 온 북한산의 봄

3월 4일 오전 11시에 발화되어 축구장 2만9천3백4개 면적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고 3월 13일 오전 9시에 213시간만에 진화된 "삼척 울진의 산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산불과의 사투를 벌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어 망연자실하게 만든 산불이었던가. 우리나라 산불 역사상 최장. 최대 면적의 피해 기록이라는데 앞으로는 더 이상 이런 기록이 깨지지 않기를 소원한다. 산불을 끄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은 세차게 부는 바람 앞에 속수무책이었지만 하늘에서 내린 비 앞에서는 기세등등하던 산불도 꼬리를 내렸다. 모두가 타는 목마름으로 기다리던 비는 울진 삼척에 산불도 끄고 북한산 계곡에 겨울을 밀어내고 봄을 내려 주었다. 정말 단비 중에 달디 단 비였다. . . "溪聲便是長廣舌" (계곡편시..

북한산 2022.03.16

겨울 왕국(북한산 산성계곡)

어린 날 그러니까 초등학교 아닌 국민학교 시절 겨울방학 하는 날 선생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춥다고 방 안에만 있지말고 추워도 밖에 나가서 놀기도 해야 한다고. 오십 년 육십 년이 지나도 기억하는 선생님의 말씀. 그 말씀을 실천하러 북한산에 갔습니다. 해가 바뀌고 처음 간 북한산 산성계곡은 계속되는 영하의 날씨에 꽁꽁 얼어 있고 어제 내린 눈까지 살짝 덮혀 있어 겨울왕국을 방문한 기분입니다. . . . 백로와 왜가리는 들판에 낱알은 먹지 않고 물고기만 먹는다는 것은 같지만, 백로는 말 그대로 노란 부리와 검은 발을 제외하면 깃털이 모두 새하얗고, 왜가리는 깃털이 주로 회색을 띠고 머리에 댕기 깃이 있는 것이 특징이라니 눈 앞에 보이는 너는 바로 "백로"가 맞으렸다. . . 먹이를 찾아 물 속을 보는 자태가 ..

북한산 2022.01.19

북한산 개구리알을 찾아가는 길

작년 봄 북한산 산책 중에 우연히 만난 "개구리알" 올해에도 만날 수 있을까? . . 복원이 끝난 북한산성을 지나서. 생강나무 물가를 향해 뻗어가는 봄날에 진달래도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산목련도 순백의 꽃잎을 피워냅니다.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천연기념물 "미선나무"는 만개했습니다. 중성문에서 보는 노적봉. 민머리가 시원합니다. 지금은 생강나무꽃의 계절 북한산 태고사 계곡과 중흥사 계곡이 만나는 곳에 봄 햇살 아래 오색빛 찬란한 단청이 돋보이는 경기도 기념물 223호 "산영루" 험한 돌길 끊어지자 높은 난간 나타나니 겨드랑이에 날개 돋쳐 날아갈 것 같구나 십여 곳 절간 종소리 가을빛 저물어가고 온 산의 누런 잎에 물소리 차가워라 숲 속에 말 매어두고 얘기 꽃을 피우는데 구름 속에 만난 스님 예절도 너그..

북한산 2021.03.25

반갑다. 북한산 청노루귀.

작년 봄 우연히 알게 된 북한산 청노루귀 올해에도 다시 만났습니다. . . . 햇살 아래 옥빛 물이 일렁이는 북한산 계곡 바위 아래로 떨어지는 물소리가 힐링이다. 아직은 겨울의 흔적이 남아 있는데 바위 틈에 살포시 고개를 내민 청노루꽃이 반갑다. 아직은 이름 봄 마른 낙엽 사이로 올라 온 형제 청노루귀. 여리고 여린 은빛 솜털이 봄볕 아래 빛나고 있습니다. 흰노루귀도 바위 옆에서 얼굴을 내밀고 바위 틈에서, 낙엽 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청노루귀, 흰노루귀 자세를 낮추고 조심스레 다가가야 만나 주는 귀하고 도도한 꽃입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보고 싶은 작은 꽃. 노루귀꽃. 기다려라. 한 번 더 갈께.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올괴불나무꽃" 개나리, 진달래보다 먼저 피는 생강나무꽃 눈 속에서도 ..

북한산 2021.03.21

북한산에서 꽃침 맞기

봄꽃 함민복 꽃에게로 다가가면 부드러움에 찔려 삐거나 부은 마음 금세 환해지고 선해지니 봄엔 아무 꽃침이라도 맞고 볼일. "봄엔 아무 꽃침이라도 맞고 볼일" 이라는 시인의 말처럼 아무 꽃침이라도 맞으려고 북한산으로 갔습니다. . . . 눈 속에서도 언 땅을 밀고 나와 제일 먼저 봄을 알리는 "복수초" 벌써 잎을 떨구기 시작했습니다. 제비가 돌아오는 시기에 꽃을 피운다해서 "제비꽃" 제비는 돌아오지 않아도 제비꽃은 피어나고 있습니다. 이른 봄에 피는 "깽깽이풀꽃" 이제 막 피어니기 시작하니 아직 이른 봄이 맞습니다. 꽃말은 "설원의 불심. 안녕하세요" 회색빛 버들강아지(갯버들) 붉은색을 지나 끝에는 황금색으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진달래, 개나리보다 먼저 피는 "생강나무꽃" 겨우내 헐벗었던 나무에도 새싹이 ..

북한산 2021.03.17

북한산 거북이 바위굴 "덕암사 대웅전"을 아시나요?

겨우내 움추리고 지냈던 방콕생활 바깥세상이 그리워 북한산으로 달려간다. 예년과 달리 한 달은 뛰어넘은 듯한 날씨 북한산성계곡길 초입부터 땀이 배어나온다. 계곡 그늘진 곳에는 하얀 얼음. 지금은 겨울도 아니고 봄도 아닌가? 작년부터 공사 중인 사찰. 등산객들은 미리미리 소원을 쌓았다. 산성계곡 탐방길에 스쳐지나가던 "아미타사" 가는 길 목련 꽃봉오리 아직은 솜털 속에 하얀 목련을 감추고 사찰 이정표에는 분명 "아미타사"라고 했는데 사찰 안내판에는 "덕암사"라고 적어놨다. "원효봉 서쪽 아래에 위치하여 1966년 '거북이 바위굴'이라 불리는 석굴을 보수해 대웅전으로 삼아 창건했다. 원효대사가 이곳 석굴에서 좌선하며 삼국통일을 기원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쌍수를 들고 어서 오시라 환영합니다. 고개를 치켜든..

북한산 2021.03.01

북한산의 불타는 단풍에 화상 입을 뻔한 날.

지난 봄 자주 다니던 북한산에 발길을 끊었다. 갈 때마다 봄꽃이 여기저기서 피어나 자주 오라고 유혹하고 있었지만 매미나방 애벌레의 꿈틀거리는 모습이 너무도 끔찍했고 매미나방 애벌레를 피해서 발을 딛기 조차도 어려울 정도로 많았기에 자연스레 북한산을 향한 발길은 끊기고 말았다. 그 후로 역대급 장마가 계속되었고 코로나와 늦여름 더위가 계속 기승을 부리고 있었으니 북한산 등산은 차일피일 미루다 시월 중순까지 왔다. 창을 열고 하늘을 보면 하얀 구름 두둥실 떠있고 아래를 보면 하루가 다르게 붉어지는 단풍이 눈에 보인다.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天高馬肥의 계절 가을은 독서의 계절 그리고 등산하기 딱 좋은 계절이 아니던가? 지난 어버이날에 아들이 사 준 커풀 배낭을 메고 옆지기와 함께 집을 나서니 가고 싶은 산..

북한산 2020.10.21

일상이 되어버린 북한산

5월의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면 북한산계곡엔 맑은 물이 넘처 흐르겠지. 산성계곡 따라서 귀에 울리는 물소리를 상상한다. 꿈은 이루어지고,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 . . . 날이 어두워지고 돌풍이 불면서 빗방울이 거세게 내린다. 일기예보에는 분명 비가 온다고했는데 아버님 기일에 맞춰 찾은 묘소 위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십자가 형상을 만들고 그 안에 마치 아버님의 영혼이 타고 온듯한 동그란 구름 한 점이 떠있다. 이틀간 비가 내리고 어느 날보다 더욱 맑은 하늘 아래 북한산 그리 많은 비가 내린 것 같지 않았는데 계곡엔 물이 넘쳐 흐른다. 비가 오면 생기는 작은 폭포 그 소리가 우렁차다. 5월의 비는 생명의 비 담쟁이와 이끼에게 활력을 넣어주고 봄날의 미세먼지는 싹 날려버렸다. 해마다 봄이오면 생각나는 제주..

북한산 2020.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