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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에서 듣는 봄의 소리

봄맞이 북한산 산책 길 봄눈 녹은 물 흐르는 소리가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며칠 따스했던 봄볕에 세상에 나갈 준비하던 진달래 뜬금 없는 봄눈에 깜짝 놀라 실눈 뜨고 필까말까 조심스레 선발대를 보냈다. 날씨 살피는 진달래와 달리 일단 피고 보자는 생강나무 샛노란 꽃에서 심호흡을 크게하고 봄의 향기를 맡으라고 생강향을 뿜어낸다. 일주일만에 다시 만난 연분홍 노루귀 봄 나들이 나온 청둥오리 한 쌍. 잠시 쉬어가는 쉼터에 주변을 맴돌던 박새 한 마리. 나눠 먹자고 던져 놓은 빵에 조심스레 다가 왔다. 제법 산을 올랐나? 못보던 눈이 보이기 시작한다. 며칠 전 내린 봄비가 북한산에서는 눈으로 내렸다. 청노루귀 만나려고 나선 산행 겨우내 두껍게 언 얼음이 아직도 그대로인 계곡을 보니 청노루귀 자생지는 아직 눈에 덮..

북한산 2022.03.23

봄비 속에 피어 난 꽃

봄비가 촉촉하게 내린 주말 뒷동산에 오르니 막 피어나기 시작한 봄꽃들이 봄비를 흠뻑 맞고 피어 있다. 새봄에 마주하는 첫 만남이 반갑다. . . 墻角數枝梅(장각수지매) 凌寒獨自開(능한독자개) 遙知不是雪(요지불시설) 爲有香暗來(위유향암래) "담 모퉁이의 매화 몇 가지가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홀로 피었네 멀리서도 눈(雪)이 아님을 알 수 있음은 은은한 향기가 풍겨오기 때문이리" 송나라의 재상이자 문필가인 왕안석(1021-1086)의 "梅花"를 살짝 읊조리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 .

자이 2022.03.19

봄비 타고 내려 온 북한산의 봄

3월 4일 오전 11시에 발화되어 축구장 2만9천3백4개 면적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고 3월 13일 오전 9시에 213시간만에 진화된 "삼척 울진의 산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산불과의 사투를 벌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어 망연자실하게 만든 산불이었던가. 우리나라 산불 역사상 최장. 최대 면적의 피해 기록이라는데 앞으로는 더 이상 이런 기록이 깨지지 않기를 소원한다. 산불을 끄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은 세차게 부는 바람 앞에 속수무책이었지만 하늘에서 내린 비 앞에서는 기세등등하던 산불도 꼬리를 내렸다. 모두가 타는 목마름으로 기다리던 비는 울진 삼척에 산불도 끄고 북한산 계곡에 겨울을 밀어내고 봄을 내려 주었다. 정말 단비 중에 달디 단 비였다. . . "溪聲便是長廣舌" (계곡편시..

북한산 2022.03.16

새봄에 새로운 꿈 2.

또 옛날 이야기 그러니까 코로나19가 없던 시절에 체코 체스키크롬로프의 광장에서 들었던 은은한 소리 그것은 멀리서 울리는 성당의 종소리와도 같았고 우리나라 산사에서 들려오는 종소리로 착각할 정도로 해외여행에서 들뜨기 쉬운 마음을 가라앉히는 평화로운 소리였다. 그 날 어둠이 살포시 내려 앉은 광장에서 우리 부부의 발은 귀를 따라 갔고 광장 한 구석에서 연주하는 한 젊은이 옆에서 아무생각 없이 서 있었다. 두 손으로 현란하게 두들기는 솥뚜껑같이 생긴 그 악기는 처음보는 물건이었고 그 소리는 들릴 듯 말듯한 조용했지만 여행자의 마음을 평화의 세상으로 인도하는듯했다. 여행에서 돌아와 검색한 그 악기는 "카이샤드럼"이라고 새롭게 만들어진 악기라는 것을 알았다. 7년이란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잊고 있었던 그 날의 ..

일산에 살면서 2022.03.10

새봄에 새로운 꿈 1.

십여 년 전 한 달여에 걸쳐 옆지기와 함께 제주 올레길을 걸으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자길의 꿈을 키웠지만 우물쭈물하다가 오늘까지 꿈으로만 남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코로나 탓으로 패스를 하고 "코리아둘레길" 4020키로에 도전하는 새로운 꿈을 꾸어봅니다. "愚公移山" 어리석은 영감이 산을 옮긴다는 데 어리석은 오돌과 옆지기는 한 발 두 발 뚜벅이 걸음으로 내 나라 아름다운 강산을 바라보며 갈 데까지 가보는 꿈을 꾸어봅니다. 첫 걸음으로 지도부터 챙겼습니다. ㅎ . . . 동해 통일전망대에서 부산까지 해파랑길 750키로 부산에서 해남까지 남파랑길 1470키로 해남에서 강화까지 서해랑길 1800키로 DREAM COME TRUE!

일산에 살면서 2022.03.10

비가 와도 행복을 느낄 때

오후부터 비 또는 눈이 내릴거라는 일기예보 4년전 어머님께서는 자식들의 곁을 떠나 평생을 사랑하던 주님 품에 안기신 어머님의 기일을 맞아 묘소를 찾아 이 땅에 계실 때에 즐겨부르시던 찬송가를 들려드리고 돌아오던 길에서 만난 모교의 운동선수들과 잠깐의 반가운 만남. 집으로 가는 길에 장흥계곡으로 가는 말머리고개에 들어서니 한 두 방울 떨어지던 빗방울은 진눈깨비로 변신한다. 이것은 잠시 쉬었다 가라는 하늘에서 보내주시는 어머님의 텔레파시. 마장호수 주차장 일열에 차를 대고 촉촉하게 내리는 봄비를 바라본다. 목사이자 시인이신 용혜원님께서는 "봄비"에서 "봄비가 내리면 온통 그 비를 맞으며 하루 종일 걷고 싶다"고 하셨지만 텐트 안에서 듣던 빗소리를 기억하는 옆지기와 나는 하루 종일 빗소리를 듣고 싶다. 그것도..

일산에 살면서 2022.02.15

헤이리에서 봄을 찾다.

입춘이 지나고 남쪽에서 들려오는 봄의 소식이 부쩍 늘었다. 제주의 동백꽃과 유채꽃은 물론이고 청산도, 부산에 빨간 홍매화가 피었단다. 우리동네 "버들강아지"는 아직 동면에서 깨어날 생각조차 안 하니 헤이리에 가면 조금 일찍 찾아 온 봄이 있지 않을까? 혹시나 하고 찾아갔지만 역시나 봄은 아직이고 며칠 전까지 매섭게 불어대던 바람만이 성질 죽이고 순해져서 얼굴을 스치며 봄이 멀지 않은 곳에 아주 가까이 왔으니 눈으로 보려 보채지 말고 마음으로 먼저 느끼라합니다. . . . 십여 년전에 이태리 소렌토에서 먹었던 오리지널 피자 그 맛은 기억이 나지 않고 피자 + 팁 + 테이블 세팅비까지 바가지의 기억만이 생생합니다.ㅎ 허리가 굽은 500년 노거수 허리가 꼿꼿할 때 그대와 함께 세상구경 실컷하고픈 내 마음이 닿..

일산에 살면서 2022.02.09

立春

"立春大吉" 어딘가에 오고 있을 봄을 찾으려 밖으로 나가려했으나 영하의 날씨 탓에 아직도 섣달 그믐 날에 내린 눈이 잔설로 남아 있기에 집 안에서 봄을 찾았습니다. 때 맞춰서 입춘이라고 친구가 보내 온 이해인님의 시 입춘 꽃술이 떨리는 매화의 향기 속에 어서 일어 나세요. 봄 들새들이 아직은 조심스레 지저귀는 나의 정원에도 바람속에 살짝 웃음을 키우는 나의 마음에도 어서 들어 오세요. 봄 살아 있는 모든 것들 다시 사랑하라 외치며 즐겁게 달려 오세요. 봄

자이 2022.02.04

북한산 산성계곡 & 마장호수의 겨울 풍경

평소와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설 연휴. 가벼운 마음으로 가까운 북한산에서 눈 구경을 조금 더 시간을 내서 눈 덮힌 마장호수에서 잠시 겨울 풍경으로 힐링 타임. "不須胡難行" 일찍이 사명대사께서는 눈 위에서는 어지럽게 다니지 말라 했거늘.... 마장호수의 겨울 흔적 1. 흔적 2.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의 마음의 거리는 0 미터.

일산에 살면서 2022.02.03

雪夜

옛날 백결선생은 거문고 떡방아 찧는 소리로 떡 만들 곡식이 없어 한탄하는 부인을 위로했다는데, 동지 섣달 그믐 밤에 소리 없이 내리는 흰 눈을 쌀가루로 생각하고 위로 받으라는 가난한 누군가를 위한 하늘의 축복인가? 아니면 덕유산 설천봉에 설화가 보고 싶은 누구를 위함인가? 아무튼 섣달 그믐에 잠을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기에 졸린 눈 부릅뜨고 눈 내리는 뜰로 나갔습니다. . . . 연말연시의 밤을 아름답게 비추던 트리의 피날레. 동지 섣달 그믐 밤에 둥근 달이? 늦은 밤 어린이 놀이터에 어린이 대신 어른이가... 목화밭? 아닙니다.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파란 하늘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서 기와 찬이는 밤새 놀다가 오리들의 사열을 받으며 한 쌍의 오리처럼 새해에는 더 많이 사랑하며 잘 살아보자 다짐을..

자이 2022.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