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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산책길에서 李白의 추포가(秋浦歌)를 읊다.

창문 밖이 붉으레하니 해가 떠오르려나보다. 서둘러 뒷동산으로 해맞이 산책을 나간다. . . . 성당 넘어 멀리 북한산에 붉은 빛이 감돈다. 물 위에서 한가하게 아침을 맞이하는 왜가리, 백로 그리고 오리들 출근길에 줄을 선 자동차들은 관심 밖이다. 다만 카메라 들고 가까이 다가오는 웬 놈이 성가셔 백로는 날아 갈 뿐이다. 백로가 날아가니 왜가리도 날아간다. 든든한 동료가 있는 오리들은 여유만만 I don't care! 사진을 찍든지 말든지. 나는 Thank you! 밤새 내린 하얀 서리에 고개가 버거운 수크렁. 문뜩 떠오르는 漢詩 한 구절 "何處得秋霜"(어디서 가을 서리를 얻었나) 앞 산에 해가 떠오르고 솔숲 사이로 떠오른 아침 해는 소나무와 함께 물에 비쳐보지만 不知明鏡裏(맑은 거울 속 그대가 누구인지 ..

자이 2021.12.09

가을의 끝에서 가을을 보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유난히도 파란 하늘로 찾아 온 청명한 가을. 알록달록 단풍으로 절정을 향해 달려가던 컬러풀 가을. 미세먼지 없는 깨끗한 공기로 마음껏 숨을 쉬던 상쾌한 가을. 친구들과 함께 가을 소풍을 떠날 수 있었던 즐거운 가을. 무엇보다 우리 가족이 건강하고 무탈하게 지낸 고마운 가을. 그 가을이 겨울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눈이 내리겠다는 일기예보와 함께 설악산, 덕유산 정상에 설경 사진이 등장하고 거리에는 두툼한 패딩 차림이 낯설지 않은 11월의 끝자락에서 찐한 인내심으로 남아 있는 우리 동네 가을의 마지막 풍경들을 남겨봅니다. . . . 듣고 또 들어도 볼 때마다 기억이 가물가물한 붉은 열매 산수유. 일본매자나무. 가막살나무. 아그배나무(야광나무) 남천나무 인내심의 끝판왕 11월의 장미. ..

자이 2021.11.26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그냥 노래 가사가 그렇지 하고 생각했는데 누군가 늦가을까지 피어있는 담장 옆 장미에 꽃포장을 하고 앙증맞게도 리본을 묶어 놓았습니다. 오가는 사람이 많지도 않은 한적한 담장에서 몇 송이 안 남은 장미에 포장을 하고 리본을 묶어놓은 그 누군가의 손길과 아름다운 마음씨를 생각하니 정말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을 생각하며 입가에 미소가 절로 피어납니다. 우리 부부의 하루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 작은 장미 한 송이 누군가의 손길에 축복이 있기를..... . . . . . . .

자이 2021.11.18

호수공원의 반영

반영(反映. reflection) (1)사물의 속성 또는 어떠한 사실이나 현상 따위가 다른 사물이나 사람, 현상 따위를 통해 드러남. (2)(기본의미) 빛이 반사하여 비침. 다음 국어사전을 검색한 내용이다. 언제부턴가 호수, 강, 계곡의 물이 있는 곳에서는 물에 비친 풍경을 오랫동안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여름 장마철에는 자전거길에 고인 물에 비친 자전거를 찍기도 했다. 그렇게 물에 비친 풍경을 바라보다 사진을 찍으며 반영이란 말을 떠 올리곤 했지만 정작 사전의 쓰여진 말을 검색할 생각은 안했다. 그런데 오늘 늦가을에 포근한 날씨에 호수공원을 걸으며 호수에 비친 도시의 풍경이 아름답게 다가왔다. . . . 호수공원의 반영 1. 호수공원의 반영 2. 소나무와 단풍 1. 소나무와 단풍 2. 만추 1. 만추..

일산에 살면서 2021.11.16

자전거 탄 풍경(인천 송도)

토요일 오후 잠시 잔차 타며 내 눈에 비친 송도 풍경 사진을 본 지인의 소감 옛날 데이트하던 시절과는 너무 많이 변했다고. 그 시절이 대충 짐작해도 최소 40년전 그렇다 오늘 내가 달린 이 길은 40년전의 바다 위를 달린 것이다. "桑田碧海"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 것이 아니고 "碧海都市" 푸른 바다가 첨단 도시로 변신한 것이다.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건강하고 신나게. . . . .

일산에 살면서 2021.11.15

6학년 8반 철원으로 소풍 가다.(노동당사. 백마고지)

겨울 철새들의 도래지 "학저수지"를 돌아서 노동당사에 도착 웃고 즐기던 소풍은 지뢰꽃 시 한편으로 가슴이 찡해지고 먹먹해집니다. 지뢰꽃 철원 시인 정춘근 월하리를 지나 대마리 가는 길 철조망 지뢰밭에서는 가을꽃이 피고 있다 지천으로 흔한 지뢰를 지긋이 밟고 제 이념에 맞는 얼굴로 피고 지는 이름 없는 꽃 꺾으면 발 밑에 뇌관이 일시에 터져 화약 냄새를 풍길 것 같은 꽃들 저 꽃들의 씨앗들은 어떤 지뢰 위에서 뿌리내리고 가시철망에 찢긴 가슴으로 꽃을 피워야 하는 걸까 흘깃 스쳐가는 병사들 몸에서도 꽃 냄새가 난다. 낮설지 않는 단어 "지뢰" 비무장지대 GP에서의 군대생활이 익숙할 즈음에 터진 "지뢰사고" 한 발 한 발 내딛는 내 발에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던 비무장지대 보급로를 통한 후송작전 그 날이 생..

친구 2021.11.09

6학년 8반 철원으로 소풍 가다.(고석정. 직탕폭포)

코로나 시름에 이산 가족 아닌 이산 친구 어언 2년 어느새 6학년 8반이 된 친구들 백신 주사 두 번 씩씩하게 맞고 철원으로 가을 소풍을 떠났다. . . . 아침 일찍 일어나 철원으로 가는 길 해는 중천에 떠 오르고 친구들 만날 생각에 차보다 마음이 더 빨리 달린다. 1억년전으로의 여행 "고석정" 붉은 단풍 사이로 아침 햇살 비치고 떨어진 단풍잎이 수북하게 쌓인 만추의 풍경 거울에 비친 백발의 자신을 보고 누구인지 모르겠다던 이백의 시 "추포가"가 생각난다. 내년에 다시 보자. 코로나 2년을 건강하게 잘 지낸 친구들이 반갑고 자랑스럽습니다. 임꺽정의 일화가 전해지는 고석정 풍경 1. 고석정 풍경 2. 고석정 풍경 3. 직탕폭포 건너편 움푹 패인 주상절리 지형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직탕폭포 위에 현무암 다..

친구 2021.11.09

霜葉紅於二月化

"霜葉紅於二月花" "서리 맞은 단풍잎이 봄 꽃보다 아름답다." 당나라 시인 "杜牧"의 시 "山行"의 마지막 싯귀처럼 아파트 정원에 불이라도 난듯이 붉은 단풍의 진수를 보여준다. . . . 날이 저물고 날이 밝고 바람 불고 비가 온다 붉은 단풍 이젠 안녕 내년 가을 다시 보자 木頭菜 退磎 山中木頭菜 海中石首漁 季節紅雨節 飽喫臥看書 산 중 나물은 두릅이 최고 바다에는 조기가 최고 계절은 붉은 단풍이 비처럼 내리는 "紅雨節" 곧 가을이 최고이니 배불리 먹고 누워서 책을 보리라 한 퇴계 이황의 시 "木頭菜"의 싯귀처럼 단풍 구경 실컷했으니 맛있는 저녁 먹고 배 두드리며 TV나 봐야겠다.ㅎㅎ

자이 2021.11.08

시월의 마지막 날에....

오늘은 시월의 마지막 날 우리동네 단풍이 절정이다. 해마다 가을이면 단풍구경한다고 외지로 돌아다니다가 집으로 돌아와 하는 말 "단풍은 역시 우리동네 단풍이 최고" 그런데도 외지로 단풍구경을 다니는 이유는 우리동네 단풍이 최고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 라며 우리만의 착각에 빠져서 동네 산책을 한다. . . . 뒷동산 마로니에(칠엽수) 落葉 가지 않은 길 낙엽송 계수나무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욱 소리가"

자이 2021.11.01

마장호수의 추억

십여년전에 장흥계곡을 따라 가다 말머리고개라 불리는 마두령을 넘어 기산저수지를 만나고 또 다른 저수지 "마장저수지"를 만났다. 물가에 설치된 산책 데크가 신기해서 옆지기와 함께 걷다가 언덕 위에 까페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날 이후 우리만의 힐링 장소로 자주 찾으며 저녁 고요한 시간에는 색소폰을 불기도 했는데, 내게 좋은 곳은 남들에게도 좋은 곳인지 시간이 지나며 마장저수지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더니 저수지를 가로 지르는 "출렁다리"가 생기고 저수지를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생기면서 "마장저수지"는 "마장호수"로 무료주차장은 유로주차장으로 주차장 옆에 군고구마를 팔던 허름한 비닐하우스는 현대식 까페로 변신했고, 호숫가 공터는 작은 오토캠핑장이 되었다. 산 속에..

일산에 살면서 2021.10.31